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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3035
· 쪽수 : 236쪽
책 소개
목차
頭書(두서) 은강소고
入門(입문) 세상의 중심
餘談(여담) 사랑이 위험한들 어리석기야 하겠는가
時(시) 가해자
空(공) 뒤통수
殺(살) 호모 파베르
敗(패) 시정잡배
附錄(부록) 초야의 전답에서는 잡초를 뽑지 않는 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너도 특별한 계획 없으면 나랑 같이 공부나 하자. 그동안 하도 놀러만 다녀서 같이할 사람 없으면 의자에 엉덩이 걸칠 엄두도 안 나거든.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좀 도와주라.”
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학교 시절 학원가를 호령하며 무수한 전설을 남겼지만, 지나치게 혈기가 왕성했던 탓에 소년원 문턱까지 가 본 적도 있다는 스승은, 이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목표 삼아 살아 보겠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스승이 ‘법대’로 가서 ‘법대로’ 사는 것을 간절히 원했다. 덧붙여, 스승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귀찮게 하지 못할 것이며, 자신 역시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나의 세 번째 세상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늘에야 알아내었다. 지구상의 모든 옷이 세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의 새로운 교복에 필요한 것은 세탁기가 아니라 깨끗한 걸레였다. 이것은 전혀 물을 흡수하지 않는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비 오는 날 우비 대신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두 친구는 감격에 겨워 서로를 포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처럼 교복이 특수한 천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질 떨어지는 화학섬유일 뿐이었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특수하게 질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3학년을 제외한 전교생이 입게 된 교복은 학생들 사이에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스승을 아는 모두는, 몇 차례 겪어 왔고, 또 목격해 왔기에 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진 자의 육신을 무대로 배트가 춤을 췄다. 팔을 들어 막으면 팔을 쳤고, 발을 들어 막으면 발을 쳤다. 몸을 틀어 피하면 옆구리를, 돌아누우면 가슴을 향해.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 무자비한 구타였다. 심지어 배트가 부러져 나가기까지 했다. 일그러진 귀의 소유자는 절규하듯 외쳤다.
“비겁…… 어찌, 정정당당한 승부에…… 믿었건만…….”
하지만 스승은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