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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3622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시크릿 가든
지리산
바보 이야기
내가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밤을 건너는 사람들
장미회 제명 사건
작가의 말
작품 해설|비밀의 비밀_ 양윤의
저자소개
책속에서
“얼마 전까지는 누가 먹을 걸 사 오면 좋아하셨는데…….”
여자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아무것도 사 오지 않은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나 무엇을 사 왔어도 소용없는 시점이라는 것을 겹으로 깨달았다. (중략) 처음에는 돈이 소용없어졌고, 가진 것들이 소용없어졌고, 그다음에는 옷조차 필요 없어졌고, 이제는 먹을 것도 필요 없어진 것이다. 신체에 부착돼 있었던 틀니까지도. 정말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그 자리에서 실증으로 체감했다. (중략)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이 세상에 나와서 얻고 가졌던 것을 모조리 버리는 단계별 진행인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
장미회 회원들은 돈 쓰는 시간이 훨씬 재미있었으므로 다른 것을 할 기회가 없었다. 돈 쓰는 것보다 더 쉽고 짜릿하며 자기 존재를 명백히 인정받고 또 여왕 대접까지 받는 일은 없었다. 그런 한편에서 자기들도 가끔 자신들을 가리켜 비학구파라며 낄낄대곤 했다. 자성의 끝에 이르는 결론은 으레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과 ‘어쨌든 내 복’이라는 자기 합리화였다. 운이든 뭐든 그들의 말이 옳은지도 몰랐다. 수자도 그들 안에 있었을 때는 똑같은 날기질로 결속되어 뻔뻔한 말을 먼저 내뱉고 희열을 느꼈으니까. 옳고 그름은 어디서 바라보느냐의 문제인 것 같았다.
―「장미회 제명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