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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5787
· 쪽수 :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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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오늘 저녁 식사는 계순이 아줌마네 집에 가서 먹기로 한다. 좋지?”
그러나 이번에 학생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을 뿐 탄성을 지르지는 않았다. 그때까지 열심히 통역을 하던 채령이마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통역을 중단했다.
“그렇지만 계순이 아줌마네 집은 개고깃집이잖아요?”
선영이가 허순에게 말했다.
“개고깃집이면 어때?”
허순이 말했다.
“그렇지만 개고기 못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 슈 아저씨도 그렇고.”
선영이가 말했다. 개고깃집에 간다는 사실을 차마 통역할 수가 없었는지 채령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허순의 큰아들 정대가 선영이에게 말했다.
“나는 개고기 먹을 수 있다. 개고기 맛있다.”
허순의 작은아들 정수가 형을 두둔하며 말했다.
“맞아!”
“개고기는 비싸대요, 선생님. 이 많은 사람이 그걸 먹으려면…….”
보람이가 말했다.
“그런 걸 왜 니가 걱정하니? 누가 너한테 돈 내라고 했어?”
허순이 말했다. 보람이는 말문이 막혀 버린 것 같았다. 그때 석태가 나섰다.
“야, 이년들아, 너네들이 개고기 맛을 알아? 한국 사람이면 개고기 맛을 알아야 해.”
“그렇지만 슈 아저씨는 어떻게 해요?”
아영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옛날 속담에 이런 말도 있어. 개고기 먹는 놈은 개 같은 놈이고, 개고기 못 먹는 놈은 개보다 못한 놈이라고. 한국에 왔으면 슈도 개고기를 먹어 봐야 할 거 아냐. 슈가 개고기를 못 먹으면 개만도 못한 놈이 되는 거야, 안 그래?”
석태의 이 말에 가장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채령이였다. 이 상황을 손님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때 뜻밖에도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찾아 쓰며 말했다.
“캐고기가자!”
이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당황한 표정들로 손님을 올려다보았다. 보람이는 수진이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
“슈 아저씨 우리가 하는 말 다 알아들은 거 아냐?”
“에이, 설마!”
수진이가 말했다. 그때 다시 손님이 자신의 조그마한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며 말했다.
“캐고기가자!”
이렇게 하여 학생들은 저마다 마뜩지 않은 표정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순의 두 아들, 정대와 정수만은 신바람이 난 표정으로 달려 나갔다.
“캐고기가자!”
현관문을 나서면서 슈는 다시 한 번 소리쳤고, 이번에 학생들은 와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슈의 뒤를 따랐다. 채령이는 슈에게 개고기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이 게스, ‘캐고기가자’ 이즈 더 네임 오브 레스토랑, 이즌트 잇?”
채령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