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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7309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밤의 첼로
물고기 그림자
낯선 감정의 연습
밤에 거미를 죽이지 마라
유서를 쓰는 즐거움
버드나무군락지
작가의 말
작품 해설_ 토성(土星)의 문학_ 김미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누구에게나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이 꼭 한 번은 찾아오고 그러면 그는 홀로 눈보라 치는 광야에서 뜨거운 무쇠 난로를 끌어안듯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 신은 기쁨이 아니다. 신은 슬픔도 아니다. 그저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죽음을 앞에 두고 부르는 조용한 노래일 뿐. 가장 절망스러운 밤의 밑바닥에서 신의 얼굴을 보고자 기도하는 인간은 신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를 듣게 된다. 단 한 번은, 꼭 한 번은, 듣게 된다. 신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아름다운 저 첼로 소리를. ―「밤의 첼로」
원래 인간은 물고기처럼 바다에서 살았다. 훗날 땅 위로 올라온 인간은 바다에서의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대신 인간의 내면에는 물고기 모양의 그림자가 남았는데, 이 물고기 그림자는 자기의 주인이 극도의 고통에 처하게 되면 견디다 못해 멀리 떠나가 버린다. 그리고 언제든 그 극심한 고통이 자기 주인을 다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되돌아온다. 그런데 그때 만약 그 사람의 육신이 어떤 식으로든 환란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죽거나 그래서 사라져 버렸으면 물고기 그림자는 온 세상을 바다 삼아 정처 없이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물고기 그림자」
어둠 속에서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얼마나 끔찍한 흉터로 뒤덮여 있는지 앞이 보이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거라고 목남은 생각했다. 은희가 목남의 어깨에 금 간 얼굴을 기대어 왔다. 창밖에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바다가 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목남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독한 슬픔에 숨을 못 쉬는 당신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순간. 목남은 은희의 가냘픈 몸 안에서 물고기 그림자 하나가 쑤욱 빠져나와 어둠의 바다로 천천히 헤엄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없이 불안해져서, 저 물고기 그림자가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이 상처받은 여인의 몸이 없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녀의 진짜 얼굴을 살며시 더듬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물고기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