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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6044395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더러 역사와 얽힌, 내 삶의 실마리를 풀면서
1부 자라나기의 이 물살 저 바람결
천국에서 쫓겨나다
고추를 흔들어댄 그 녀석
최초의 항일 레지스탕스 운동
또 다른 항일 레지스탕스
너 차라리 죽어!
나의 한일 관계(1): 그날을 돌이켜보며
나의 한일 관계(2): 일본인 군사 교관 엿 먹이기
조선말 쓴 학생 손들어!
외할머니의 달걀밥
외할아버지의 글 읽기
호랑이와 우리 할머니
샛별 빛나듯이 우리 할머니도
다시 할머니 모시고
산사(山寺)에서 보낸 푸른 세월
어느 노장 스님의 가르침: 한 줄기 연기와 한 줌의 재
나의 광복: 귀환 동포 마중
또 다른 나의 광복
2부 시대의 고비, 역사의 비탈에서
추잉검과 한미 친선
장기판 뒤집어엎기
태평스러운 나의 6·25
내 생애 최초의 공연
그래 내 스커트 벗어서 보여주마
바다에서(1): 첫 다이빙
바다에서(2): 친구를 살려내고
바다에서(3): 남의 씨종자 말려놓고는
책벌레의 줄기찬 역사
화장실 바닥을 핥으라고!
그 몸서리나는 좌우익의 갈등
엉터리 통역사의 전과(戰果)
전시 연합대학에서
대학 강의라는 것?
수복(收復)과 복학(復學)
난생처음 탄 월급
3부 목숨의 갈무리, 삶의 마무리
교사로 부임한 그 첫날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1)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서(2)
김일성대학 교수를 만나다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미국에서 겪은 하고많은 문화적 충격
아리랑, 교포들의 비극의 행적
아리랑의 애달픈 두 사연
차 마시기의 녹수청산
생찻잎 뜯어 마시고는
바다 바라보며 시 읊으면
농산물에 의지한 푸른 삶, 푸른 목숨
한여름 장미에 부쳐서
열린 집에서
드디어 고향으로
맺는말: 종장에 부쳐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국어상용(國語常用)!”, “국어를 언제나 써라!”라고 외쳐댄 그 구호에서 국어는 다름 아닌 일본말이었다. 조선말을 못 쓰게 배척하는 것이 그 주목적이었다. …… “오늘 조선말 쓴 학생은 손들어!’ 그 말이 떨어지면 우리 반 학생 전부가 손을 들었다.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리 약속을 하고 다짐을 두고 한 게 아닌데도 우리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손을 들었다. 작정한 듯이 일치단결해서 만세라도 부르는 듯했다. 그건 죄의 고백이 아니었다. 당당한 항의요, 항변이었다. 아주 떳떳한,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나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에 여러 여름 방학을 산사에서 보냈다. 산사 중에서도 동래 범어사의 말사인 암자들에서 보냈다. 그건 보람된 시간, 충족된 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조차 ‘건설적’이었다. 미리 정해진 중요한 일과의 하나였다. 낮잠이 ‘일거리’이기도 했다면 허풍을 떠는 게 될까? 일과 중에는 책 읽는 게 으뜸이었다. 학생으로서는 당연했다. 빈 법당에 가서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즐겁기로는 아무래도 산길이며 숲길 걷기가 제일이었다.
아무튼 정체불명의 그 ‘추잉검’이라는 걸 손에 받아들고는 만지작댈 뿐, 우리는 어쩔 줄 몰라했다. 그게 딱했던지 미국 병사는 우리에게 본을 보였다. 종이 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입에 물고는 씹어댔다. 우리는 그의 흉내를 냈다. 생전 처음 씹어보는 추잉검, 달콤새콤했다. 훗날 ‘껌’이라고 부르게 된 그 먹을거리는 그 당장으로서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씹히기만 할 뿐 조각이 나거나 가루가 나거나 하지 않는 채로 입안 또는 이에 달라붙기만 하는 게 요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