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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역사학
· ISBN : 9788946052239
· 쪽수 : 584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라시아 지역의 신생 독립국가들은 자국의 고유한 종족-민족정체성을 규정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점에서 유라시아 국가들의 국가건설 과정은 민족형성 과정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서 민족의 형성이란 부재하거나 약한 민족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고양하는 과제와 다르지 않다. 억압당했다고 느끼거나 부재하던 민족정체성을 발견, 발명해 이를 국가체제의 정통성과 국가·사회적 통합의 토대로 삼고, 이 국가적.민족적 과제를 수행한 업적을 바탕으로 통치 엘리트의 정치적 정당성과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은 모두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의 큰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유라시아 국가의 국가·민족 형성과정은 오랫동안 종교·언어·문화를 공유하면서, 종족적으로 배제하고 차별하기보다는 상호 수용하면서 살아온 유라시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왔다. 그러나 개별국가에서는 국가성 유지의 역사적 경험 차이, 지리와 주 산업의 특성, 대외정치적 정체성 선택의 차별성 등 개별적 특성도 드러낸다.
이 책에서는 유라시아 국가가 약 70년을 공유해온 소비에트 정체성(homo sovieticus)의 지속성과 그 정치적·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국가·민족정체성의 구성요소와 소비에트 정체성의 상호작용에도 관심을 기울여서, 유동적인 사회문화적 구성물로서 정체성의 지속적인 변화와 변용의 역동성을 탐구했다. 탈냉전시기에 국제환경의 변동과 새로운 대내외적 기회와 도전과제에 직면했던 포스트소비에트 공간의 신생 주권국가들은 어떠한 형태의 국가건설과정을 경험했을지, 다시 말해서 이들이 어떠한 방향의 국가발전노선을 추진했으며, 정책결정의 핵심요인은 무엇이었을지 구성주의적 관점과 접근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기조는 변화와 혼돈일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유라시아 신생 독립국가들의 사례로 볼 때 민족정체성이란 특정 민족이 고유하게 공유.담지하고 있는 불변의 속성이 아니라, 개인적?집단적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변환되고 재구성되는 정치적 정체성의 특별한 한 형태일 뿐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에게 역사는 그것으로부터 깨어나고 싶어 노력하는 하나의 악몽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완전히 그 악몽과 마주하지 않고는 자신이 주입한 몽유병으로부터 진정으로 깨어날 수 없다. 악몽과 정면으로 마주해 그로부터 깨어나야만 러시아는 이웃과 함께 전진해나갈 수 있다. 모스크바가 과거를 수용하는 데 실패하면, 산타야나(George Santayana)가 쓴 것처럼, 그것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1991년 소비에트제국의 붕괴는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적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미국과 소련 간의 첨예한 이념과 체제 경쟁을 종식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국제환경 조성의 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국가에서 민주화와 자유화 물결의 광범위한 확산과 서유럽 세력권(EU와 NATO)으로의 통합 노력, 소비에트 연방 15개 구성공화국의 신흥 주권국가 수립 등은 포스트소비에트 공간(post-soviet space)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시켰던 핵심 동인이었다.
몰도바에서의 정체성 문제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몰다비아공국 이후의 자치 경험과 제정러시아와 루마니아왕국에 의한 문화적·역사적 경험의 교차·교류,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행된 영토 변화로 다양한 정체성―러시아, 범루마니아주의, 몰도바 정체성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왔다. 특히 몰도바의 경우 탈소비에트 정체성 모색은 탈러시아의 과제와 함께 범루마니아주의와 구분되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