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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 ISBN : 9788946053618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제2장기업 내 고용안정의 추이
제3장기업지배구조와 고용관행
제4장임금체계의 변화: 연공임금의 붕괴?
제5장 노동시장 불평등과 임금교섭 구조: 기업규모별 불평등을 중심으로
제5장 보론: 춘투의 종언?
제6장비정규노동의 성격
제6장 보론: 양국 비정규노동 성격 차이의 요인
제7장비정규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응
제7장 보론:비정규노동에 대한 사회적 담론
제8장기업내부노동시장을 넘어?: 일본의 기업 내 연공임금 개혁 시도
제8장 보론:한국의 기업별 임금체계 극복 논의
제9장결론: 양국 고용체제 변화의 비교와 평가, 그리고 전망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장기고용관행이 약했다. 일본 고용체제의 여러 특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정규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종신고용관행이다. 과연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관행이 존재했는가는 논쟁 대상이 될 수 있으나, 필자를 포함한 다수 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략) 일본의 종신고용관행이란 그저 수치로 나타나는 고용안정성 이상의 것이다. 경영 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기업은 최대한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아야 한다는 도덕적 규범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규범은 기업을 단지 계약의 집합체가 아니라 공동체로 보는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략) 한국 기업에는 이런 에토스가 매우 약했다. 한국 기업 조직의 장기적 협력관계는 주로 재벌 일가 내부에서나 관철되지 노사 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노동운동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생활보장 임금을 요구하고 해고에 반대하는 격렬한 쟁의가 자주 일어났다. 당시 사용자들은 이런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약 50%에 이를 정도로 노동운동의 힘이 강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은 전쟁에 협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치적 발언권이 약했다. 결국 사용자들은 생활보장형 임금체계와 장기고용관행을 받아들인 후, 그것을 전제로 효율적 기업내부노동시장을 구축해갔다. 이른바 일본식 고용관행은 그 산물이다. 이런 점에 비추면 한국에서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발전된 기업내부노동시장에 부응하는 효율적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했다. 정건화가 잘 설명했듯이 한국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 숙련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높은 조직 비용을 상쇄할 만한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의 기업내부노동시장은 비효율적인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기업내부노동시장을 이완하거나 해체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졌다.
일본 사용자들도 경제위기를 맞아 선택의 기로에 섰었다.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경제합리적인 것은 아니었다. 언론 매체를 통해 이제 종신고용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담론도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 사용자들은 기존의 모델을 모두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 엘리트 사이에는 자신들의 사회경제체제가 전통과 문화에 깊게 뿌리내려 있으며 따라서 쉽게 버릴 수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사회경제 시스템의 전체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그것이 반드시 서양 모델을 따라가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