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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인물
· ISBN : 9788946053861
· 쪽수 : 312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광주가 무참히 짓밟혔을 때, 수천 명이 죽었다는 유언비어가 들려왔을 때, 한동안 실어증에 빠졌던 안병무는 울었다. 도청을 끝까지 사수하다가 죽은 자들은 난놈들이 아니라, 날품팔이, 양아치, 구두닦이, 때밀이, 비장이, 신문팔이, 공돌이, 공순이, 실업자들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병무는 울었다. 예수가 그 시대의 소외된 민중에게서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보았다면, 안병무는 이 시대의 민중에게서 인류 미래의 희망을 본 것이다. 민중만이 희망이었다. 민중은 풀처럼 눕지만 결코 뽑히지 않는다. 다시 일어난다. 민중은 고통을 겪으면서 놀랍게도 자기 초월의 능력을 지니게 된다.
성서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매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불트만을 비롯한 서구 신학에서는 해석학적 최대 과제였다. 이에 견주어 안병무는 그동안 서구 신학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예수민중을 신학적 해석학의 대상으로 설정했고, 이를 계기로 탈서구신학적 해석학의 기초를 놓았다. 그는 예수민중과 한국의 민중을 상호 순환적인 해석의 패러다임 속에서 파악하고, 민중의 눈으로 성서를 독해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수혜자인 민중, 복음의 민중 편향성, 예수와 민중의 불이성(不二性), 구원의 통로인 민중을 새롭게 발견했다.
안병무의 민중 구원론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민중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인식하고, 민중의 고난에 참여함으로써 구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민중 자신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 민중은, 민중사건을 통해서 스스로를 구원한다. 민중이 나를 구원하는 메시아적 위치에 있다. 그러면 예수는 민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안병무는 예수 자신의 해방과 민중 해방을 분리해 이해하지 않는다. 구원의 주체는 예수도 아니고 민중도 아니다. 예수민중이다. 예수와 민중을 둘이 아닌 불이적(不二的) 관계로 생각하는 안병무의 관점에서 보면, 민중이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