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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이야기
· ISBN : 9788946057302
· 쪽수 : 4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제학이 음울한 과학이라면 수렵채집 경제에 관한 연구는 그중 가장 음울한 분야임이 틀림없다. 수렵채집민에 관한 책들은 구석기시대의 삶이 고달팠다는 주장을 거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삶이 파멸에 임박해 있다는 관념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수렵채집민이 실제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갔으며, 또 그들의 삶이 도대체 삶다운 삶이기나 했던가에 대해서는 의구심만 남겨두고 있다. 책의 지면을 통해 굶주림의 유령이 이들 사냥꾼을 은밀하게 뒤쫓고 있다. 그들은 기술적인 무능력으로 인해 일말의 휴식과 잉여도 제공받지 못한 채 단순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고, 이 때문에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가’도 즐길 수가 없다.
현존하는 수렵채집민은 대체로 원래의 생활근거지로부터 추방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생산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구석기인들이다. 그들은 문화발전의 주요 중심권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문화진화를 향한 전 지구적 차원의 행진으로부터 약간의 유예를 허락받은 채 이 시대의 은신처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좀 더 선진적인 경제체계의 이해관계와 반응범위에서 멀리 벗어나 너무나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하드자족은 여가를 누리기 위해 신석기 혁명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인류학적 지식이 아니라 삶을 통해서 얻은 지혜이다. 그들은 농경민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농경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농경으로 전환하면 힘든 노동을 너무 많이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하드자족은 신석기적 문제에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부시맨과 상당히 닮아 있다. “몽고몽고 견과류가 세상에 한없이 널려 있는데 왜 우리가 경작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