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인
· ISBN : 9788946060500
· 쪽수 : 476쪽
책 소개
목차
상하이에서 맞은 광복 / 상하이 교민 사회의 혼돈 / 임시정부의 씁쓸한 환국 / 처음 본 조국 / 오줌싸개의 첫사랑
2_ 청소년 시절
백범 암살 1: “우리 선생을 쏜 게 저놈들이다!” / 백범 암살 2: “형님은 복도 많으시오” / 성재의 길, 백범의 길 / 한국전쟁 이야기 / 피난 중학교 시절: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배우다 / 고교 악동 시절: 낭만, 정의, 사랑 / 육군사관학교 면접에서 겪은 모욕: “소위 독립운동한 집안인가?”
3_ 군문에 첫발을 딛다
육사 생도 시절: 좌절과 회의를 넘어 / ‘정치적 희생양’ 조봉암 / 얼마나 오래 기다리던 결혼이었나: 1960년 육군 소위로 결혼 / 4·19 혁명: 민심 폭발의 현장을 목격하다 / ‘장군 사모님’ 이야기 / 내가 본 5·16 군사정변 1: ‘쿠데타를 주동한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 내가 본 5·16 군사정변 2: 배반당한 혁명
4_ 역사의 현장들
유원식 장군과의 인연: ‘다혈질 행동가’와의 만남 / 통화개혁을 주도한 유원식: “우리의 제삿날은 같다”고 하더니 / 유원식 장군의 몰락: 권력 무상의 세월 / 육사 교육장교 시절 / 초짜 정보맨의 좌충우돌 모색기 / 동백림 간첩단 사건: 중앙정보부의 존재 이유를 거스르다 /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야, 이 새끼야! 왜 수가 이렇게 많아?”
5_ 정치의 격랑 속에서
정치공작에 발을 담그다 / 휴머니스트 김지하 / 중앙정보부장으로 취임한 이후락: “우리는 모두 박정희교의 신도” / 이후락의 선거 공작: 김대중을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 / 이후락 실종: 홍콩에서 그와 함께 보낸 사흘 / 극비리에 진행된 7·4 공동성명: 이후락이 어느 날 영웅으로 출현하다 / 10월유신 선포: 호랑이 등에 올라탄 남과 북 / 박정희를 진노케 한 윤필용 사건: ‘유신 기수’들의 몰락
6_ 운명의 날
김재규와 박 대통령의 인연: 중앙정보부장으로 임명되기까지 / 고조되는 반발, 들끓는 민심: ‘박정희 제거’의 예견 / 박정희 최후의 날: 그것은 우발적 사고였다
7_ 민주정의당 창당 막전 막후
이대용이 맺어준 전두환과의 인연 / 중앙정보부 숙정 / 국보위 설치, 그리고 ‘신당 창당’ 착수 / 뜻하지 않던 입법의원 진출: 청춘 바친 중앙정보부를 퇴직하다 / 조영래가 변호사가 되어 기뻤다
8_ ‘민의의 전당’과 ‘51% 주의’
대표선수로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 “비겁하게 구시대 인물 내세우지 말고” /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와 대선, 총선의 숨 가쁜 일정 / ‘초짜 원내총무’의 ‘51% 주의’ / 이철희·장영자 사건: “정의사회 좋아하네” 민심 폭발 / 아웅산 테러: 그 나라에는 도대체 왜 갔을까 / 종묘 앞 정비: ‘성매매 문제는 법으로 다스릴 수 없더라’ / 김영삼 단식과 민정당사 점거: 전환기의 풍경들 / 2인자 노태우, ‘호의’와 ‘악의’ 사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백범 암살의 내막
나는 1949년 여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세 가지 사건, 즉 ‘국회 프락치 사건’과 ‘반민특위 강제 해체’, 그리고 ‘백범 암살’ 음모가 모두 새로 등장한 공안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이승만의 사전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이승만 권력의 비호 아래 특수 조직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를 세칭 ‘88구락부’라고 했다. 이는 신성모와 같이 이승만의 직계에 해당하는 새로운 아첨 세력과 송진우·장덕수의 암살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던 한민당 세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상층부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간층으로는 일제하의 경찰과 군 출신들이 있었다. 즉, 반민특위 강제 해산 이후 반격을 받지 않기 위해 독립운동 세력을 뿌리째 제거하려 기회를 노리던 김태선, 김운하, 노덕술, 전봉덕 등의 경찰 세력과 일제에 충성을 바치다가 이제는 신생 대한민국의 군부를 장악하려 했던 채병덕, 원용덕, 김창룡, 장은산 등의 군 세력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상층의 정치 세력과 중간층의 군경 세력이 모두 이승만을 정점으로 신권력층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그 하부선으로 김지웅, 홍종만 등이 외곽에 있고, 다시 그들의 하수인으로 안두희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음모의 개략적인 그림이었다. _ 1권 66쪽
육사 면접에서 겪은 모욕 __
나는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그러고 나서 직접 육사에 가서 구술시험을 봐야 했다. 이때 필요한 서류가 추천서였다. 정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이나 군 장성의 추천이 필요했다. 나는 아버지의 동지이자 광복군 출신인 민영구 제독과 김관오 장군의 추천서를 받았다.
구술시험 당일 내 차례가 왔다. 면접관은 생도대장 이용 장군과 참모장이었다. 그들은 일본 지원군 출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위압적이었다.
“민영구 제독과 김관오 장군을 어떻게 아는가?”
“그 어른들은 저희 집안과는 중국에 살던 시절부터 세교가 있던 분들입니다.”
나의 대답에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귀관의 집안도 소위 독립운동한 집안인가?”
상당히 경멸조의 반문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나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대답했다. 내심 뜨거운 분노가 치밀었다. 이들은 독립운동가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듯했다. 면접시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약 불합격한다면 그것은 성적이 아니라 우리 집안이 독립운동 가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몹시 실망했다. 동시에 나는 이 말을 부모님께 해야 할지, 나 혼자 되삼켜야 할지 고민했다. 내가 모욕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에 들어가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던 자들이 득세해 장군이 되고, 낯선 땅에서 목숨 바쳐 싸우던 독립운동가는 오히려 멸시를 당하는 이런 모순을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승만 정권의 몰락
드디어 운명의 날인 4월 26일, 월터 매카너기 주한 미국 대사가 경무대로 들어갔고, 얼마 후 이승만 대통령은 손을 들고 말았다. 하야하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4월 28일 이기붕 일가가 올 데 갈 데 없어 피신하고 있던 경무대 경내의 비서관 숙소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의 친구 이강석 군이 자기 부모와 아우를 쏘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비참한 기사가 실린 호외가 삽시간에 서울 시내에 나돌았다.
나는 국민의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목도했다. 군중의 무서움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사태가 이렇게 발전하면 차후에 이를 누가 나서서 수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민주당이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군이 나설 수 있을까? 어느 쪽이 옳다고 선뜻 말할 자신이 없었다. 이승만이라는 탐욕적인 거인은 미웠지만, 그가 쓰러진 뒤에 닥칠 일들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박정희에 대한 인상과 5·16 군사정변의 날
1960년 1월, 육사 4학년 시절에 우리는 부산 군수기지사령부에 현지 교육차 갔었다. 부산역에 도착했더니 크지 않은 키에 겨울인데도 검은 안경을 쓰고 공군 점퍼 차림을 한 사령관이 부산역까지 나와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바로 박정희 소장이었다. ……
얼마 후 사관생도 인솔단장인 박창암 대령이 박정희 소장을 수행해 각 방을 순회했다. 그 뒤로는 박 소장의 부관과 휘하 병사들이 빵과 과일을 넣은 상자를 들고 대기하다가 지시에 따라 한 봉지씩 나누어 주었다. 박 장군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했다. 그때 박 장군의 표정은 근엄했지만, 왠지 모르게 친근감을 주었다. 이렇게 숙소에까지 찾아와 격려해주는 장군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깊은 인상이 남았다. ……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생도대 부대장인 박창암 대령과 대화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박 대령이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전국의 부대를 많이 다녀봤지만 어제 만난 박 장군처럼 주관이 뚜렷하고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장군을 일찍이 찾지 못했네. 유능한 분이야. 어제 우리는 대화를 많이 나눴지.” ……
1961년 5월 16일, 전방의 수색중대 소대장을 하다가 28사단 80연대 1대대 소대장으로 전보된 직후였다. 우리 대대는 예비대대여서 교육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부대 내 숙소의 잠자리에서 아직 일어나기 전 이른 아침이었다. 인접 소대 소대장 조 중위가 방문을 두드렸다. “서울에서 혁명이 일어났어! 방송 들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