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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6415867
· 쪽수 : 283쪽
책 소개
목차
슬픔으로 씻기고 사랑으로 비우다 - 박완서와 이해인
인연에 깃드는 향기
슬픔은 어떻게 무뎌지는가
신앙은 큰 우물 같은 것
문학이라는 저 낮은 울타리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
사랑하여라, 덧문 닫아걸지 말고
기도에 관하여
비어서 넉넉한 그 길 위에서
시대의 거울 속에 영원의 빛을 담다 - 방혜자와 이인호
꿈을 찾아 길을 나서다
침묵하지 않는 역사에 묻다
찰나에 깃든 영원을 보다
여성에서 희망을 구하다
남성에 관하여
시를 외지 않는 세대
홀로 걷고 더불어 살기
나이를 먹는다는 것
리뷰
책속에서
이해인 선생님은 이번 생애에서 후회 같은 건 없으세요? 다시 태어나면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든지...
박완서 굳이 다시 태어난다면 난 새가 좋겠어요. 인간은 아니에요. 슬픈 일도 기쁜 일도 많았지만 어쨌든 난 너무 과분하게 사랑을 누렸어요. 제가 겪은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내 짧은 인생 안에 긴 세월이 압축되어 있어요. 농경 사회와 도회의 삶을 두루 경험했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 좌우대립, 산업화 시대, 경제대국, IT강국... 제가 1931년생인데 그때 태어난 세대들이 다 그래요. 우리 몸이 칠십 여년을 사는 동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 문화의 부피는 천 년도 더 될 겁니다. 더 살면 무슨 꼴을 볼까? 전엔 그게 호기심이었는데 지금은 두려움입니다. 하긴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소설도 쓸 수 있었지만... 근데 뭐 하러 또 태어나겠어요? 가족 간의 슬픔과 기쁨, 이웃 간의 정, 이성간의 배반과 사랑,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해봤으니까 다시 태어날 아무런 이유가 없지요.
- 본문 142~143쪽, '비어서 넉넉한 그 길 위에서' 중에서
방혜자 저는 삶의 순간순간이 그 전보다 더 명철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 괴롭거나 슬픈 게 아니고, 깨어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기쁩니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자신이 겸허해지고 삶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아주 평화로워요. 스며들듯이 조용하게, 열매가 익어서 꼭지가 똑 떨어지듯이, 자연스럽게 생을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이인호 열매가 익어서 꼭지가 똑 떨어지듯이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나이 먹는 것을 괜찮게 받아들이면서도, 이따금씩 비애를 느낄 때가 있어요. 무슨 글을 좀 써보려 해도 생각이 잘 모아지지 않고, 또 어떤 때는 몸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기도 하니 늙는 것의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런 것들을 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데도 일종의 극기 훈련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본문 275~276쪽, '나이를 먹는다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