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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6418158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1부. 마음으로 배우면 영원히 남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ㆍ사랑의 훈육·ㆍ아름다운 공연·ㆍ머리빗 팔기ㆍ인생을 망친 장본인ㆍ깨지지 않는 달걀ㆍ딸의 그림책·ㆍ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ㆍ야구공의 비밀·ㆍ뒤바뀐 우열반ㆍ가장 훌륭한 재봉사·ㆍ뜨거운 악수ㆍ동전 한 닢의 축복ㆍ기분 좋은 날ㆍ보잘것없는 장점이라도ㆍ 영원한 선생님
2부. 따스한 그 손길을 기억합니다
나는 의사입니다ㆍ다리 짧은 곰돌이·ㆍ그분을 존경합니다·ㆍ우리 딸은 부부싸움 해결사·ㆍ행복을 주는 바이러스·ㆍ아버지의 가르침·ㆍ목욕탕 데이트ㆍ함께하는 선생님ㆍ사랑을 실은 트럭·ㆍ나는 대학졸업반·ㆍ내 인생의 대대장님·ㆍ한글에서 한국을 배웁니다ㆍ선생님의 처방약ㆍ꼴찌에게도 희망은 있다ㆍ아버지와 피아노
3부.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어 행복합니다
속옷에 피어난 사랑ㆍ이가 더 아팠으면 좋겠어요ㆍ엄마의 첫 편지·ㆍ불효자의 효도ㆍ시어머니의 깊은 사랑ㆍ어머니의 손톱ㆍ친구의 고백·ㆍ나누면 행복해요ㆍ가족의 조건ㆍ하늘로 보내는 선물ㆍ마지막 선물ㆍ엄마의 마지막 옷·ㆍ아버지와 밤나무ㆍ어머니의 양말ㆍ농사꾼 아들ㆍ어머니는 여행 중ㆍ잊지 못할 편지
4부. 함께한 날들이 소중합니다
아름다운 여덟 손가락ㆍ분수로 나눔을 배워요ㆍ사라진 호박죽ㆍ휠체어 사랑ㆍ목욕탕에서 찾은 희망ㆍ 매생이 떡국ㆍ따뜻한 연탄 나르기ㆍ고마워요, 시골 인심ㆍ고마운 젊은이ㆍ이웃집의 비명ㆍ달려라 또순이 아줌마ㆍ비 오던 날의 미소ㆍ요구르트 선물ㆍ배부른 나눔ㆍ가슴으로 낳은 아이들
5부. 너와 내가 함께하는 세상 ― 아름다운 이웃
희망 나눔 릴레이ㆍ스님의 깊은 뜻 ㆍ감동의 5분 발표ㆍ도시락에 사랑 한가득ㆍ의미 있는 선택ㆍ모두가 장원ㆍ
화수분 사랑ㆍ마음이 담긴 교복ㆍ행복의 맛ㆍ더 건강해져야 하는 이유ㆍ남편의 선생님ㆍ십 년을 이어온 100원의 힘
리뷰
책속에서
인생을 망친 장본인
‘마음으로 배우면 영원히 남습니다’ 중에서 (26~29쪽)
어느 유명한 음악학교에 촉망받는 피아노 연주자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피아노에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건 일곱 살 무렵,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만나면서부터였습니다.
“우와……!”
연주를 듣고 크게 감동한 그녀는 피아노 앞에서 먹고 자고 할 만큼 모든 열정과 애정을 쏟았습니다.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던 어느 날 그녀가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토록 존경하는 그 피아니스트가 제자를 구한다는 소식이었지요. 한달음에 달려가 연주가 앞에 선 그녀는 섬세한 손끝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습니다. 피아노와 혼연일체 된, 아주 만족스러운 연주라고 자부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당신 연주에서는 별다른 재능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긴 글렀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생각지도 못한 혹독한 질책에 그녀는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큰 충격으로 눈이 퀭해서 집에 돌아온 그녀는 그 길로 피아노를 접었습니다.
“다신 피아노를 치지 않을 거야, 다시는…….”
세월이 흘러 평범한 중년 부인이 됐을 때, 그날의 악몽은 되살아났습니다. 그 유명 피아니스트가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 연주회를 열게 된 것이었지요. 오래전 받은 수모를 떠올리며 그녀는 피아니스트를 찾아가 다짜고짜 따졌습니다.
“당신이 내 인생을 망쳐놨어. 당신만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놀랍게도 그녀를 기억했습니다. 그는 억울해하는 그녀를 향해 한 치의 동요도 없이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당신의 연주는 퍽 인상적이어서 정확히 기억하지요. 실력이 아주 뛰어났는데.”
오래전과 전혀 다른 얘기에 그녀는 기가 차서 물었습니다.
“뭐라고요? 맙소사! 그런데 왜 그런 모진 말을 해서 내 꿈을 짓밟은 거죠?”
눈물까지 흘리는 그녀에게 연주자가 대답했습니다.
“난 모든 기대주들에게 똑같은 말을 하지요.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기 위해선 남이 뭐라고 하든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내 말 한마디에 꿈을 포기했다면, 분명 연주자가 됐어도 그에 따르는 사람들의 비난과 혹평을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 인생을 망친 건 내가 아니라 나약해 빠진 당신 자신입니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서 스스로를 바로 세울 때, 비로소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지요. 여자가 버린 것은 꿈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믿음이었습니다.
다리 짧은 곰돌이
‘따스한 그 손길을 기억합니다’ 중에서 (80~83쪽)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동네 제과점은 나의 직장이요, 가게입니다. 이른 새벽마다 빵과 과자를 만든 지 어언 20년……. 여느 날처럼 바삭한 비스킷을 구우려고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는 과자 틀 중 곰돌이 틀의 다리 한쪽이 이상했습니다.
“어, 다리 모양이 틀어져서 틈이 생겼네?”
망가진 틀로 찍은 곰돌이 과자는 다리 한쪽이 짧았습니다. 곰돌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비스킷 모양인데…….
“일단은 만들어서 내놔야겠다.”
우선 급한 대로 다리 짧은 곰돌이 비스킷을 한동안 진열대에 올려 놨습니다. 하지만 자꾸 신경이 쓰여 곧바로 새로운 틀을 장만했는데……. 어느 저녁 무렵, 진열대 앞에서 주춤주춤 망설이는 한 꼬마 손님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 혹시 이 곰돌이 말고 다른 곰돌이 과자는 없나요?”
“우리 집에서 파는 곰돌이 과자는 이거 하나인데요, 어쩌나?”
다른 것은 없다는 대답에 시무룩하게 돌아간 아이. 며칠 뒤 다시 왔을 때도 뭔가를 찾는 눈치였습니다. 결국 크림빵 하나만 사 들고 터벅터벅 가게 문을 나서던 아이……. 그때 내 시선을 붙든 것은 잘록대며 걷는 아이의 불편한 다리였습니다.
아이가 그토록 찾던 곰돌이 비스킷은 얼마 전까지 만들었던, 그 다리 짧은 곰돌이였던 것입니다. 자기와 닮은 그 곰돌이에게서 동병상련의 애틋함을 느꼈을 아이…….
“어디다 뒀더라? 분명 여기 뒀는데…….”
그렇게 해서 다시 세상에 나온 다리 짧은 곰돌이……. 몇 배로 정성 들여 구운,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곰돌이 비스킷. 비록 한쪽 다리는 짧지만, 곰돌이와의 풋풋한 우정이 아이와 세상을 이어주는 희망의 다리가 되리라 바라봅니다.
엄마의 첫 편지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어 행복합니다’ 중에서 (148~151쪽)
오늘도 어머니가 저를 보자마자 책상 앞에 앉혀 놓고 물으십니다. “이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거니?”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는 것만큼이나 읽기도 쉬운 한글이 어머니에게는 낯설고 새로울 뿐입니다.
어머니는 올해 일흔둘이십니다. 옛날 분들에게 흔한 일이듯 어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까막눈이십니다. 글은 몰랐어도 어머니의 모성애는 지극하셨습니다. 무거운 과일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행상을 다니며 우리 6남매를 키우셨지요. 찌들고 궁색한 형편에 남들처럼 잘 먹고 잘 입히진 못하지만, 공부만큼은 꼭 가르쳐야 한다는 게 어머니의 굳은 심지였습니다.
“우리 애들은 절대로 나처럼 까막눈으로 만들지 않을 테야.”
자식들 뒷바라지에 손발 헐도록 일하신 어머니 노고에, 우리 6남매는 원 없이 공부할 수 있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안락한 가정을 꾸렸습니다. 짧은 생각에, 아마도 어머니에게는 이제 더는 바랄 것이 없으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어머니께서 한글을 배우고 싶다며 작은 소원을 내비치셨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못한 못난 딸인 것이 너무나 죄송했던 나는, 그날로 한글교실을 등록해 드렸습니다.
나이 칠십에 생애 처음으로 가나다라를 배우신 어머니.
눈으로 볼 줄만 알았지 읽고 쓸 줄은 몰랐던 글자가 하나둘 눈에 들어오자 어머니는 마냥 신기하고 신나 하셨습니다.
“행복 떡볶이, 꾸메푸메 문방구…… 호호호.”
차를 타고 외출할 때마다 시내 간판들을 소리 내서 읽으며 혼자 수줍게 웃곤 하실 정도였지요.
그동안 먹고 사느라 짓무른 눈과 손으로 이제는 한글을 읽고 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십니다. 늦은 연세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고, 그 오랜 세월, 배움의 갈증을 꾹꾹 눌러온 안타까운 현실이 가슴을 아프게 짓찧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습니다. 어머니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펴보라며 손에 꼭 쥐여 준 어머니의 편지…….
“사랑하는 고운 딸아, 엄마는 우리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글을 잘 못 적어 미안해. 이 편지 읽고 많이 웃기 바란다.”
어머니가 생애 처음 쓴 편지의 주인공이 나라는 사실에 눈물이 흘렀고, 그 사랑에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들쭉날쭉 제멋대로 생긴 글씨에 맞춤법도 틀린 곳이 많았지만, 나에겐 삶의 지혜와 기쁨을 안겨 준 최고의 명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