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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46420052
· 쪽수 : 31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날은 채 밝지 않았는데 눈은 맑아온다
결함세계 | 기다리면 꽃 피는 소리도 들린다 | 시내를 대야 삼아 | 소문에 대처하기 | 상춘(傷春), 봄날의 애상 | 면벽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노년의 시간 | 남김의 미학 | 미생에서 완생으로 | 독서와 여행 | 내면을 읽어내는 따스함 | 독수리 비행 훈련 |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 | 더불어 사는 동물 | 만년의 절개 | 겨울나기 | 내 나이가 몇인데 | 읽던 책을 덮고 탄식하다 | 창백한 푸른 점 | 꽃 중의 군자, 연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서 | 향기를 채우는 삶
2부
이제 일어나 앉으니 아침 새소리 꾸짖는다
대나무를 사랑한 이유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저 산처럼 | 눈 위에서는 어지러이 걷지 말라 |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 한 걸음의 노력 | 인생을 낭비한 죄 | 내 나이 마흔에는 | 시간 레시피 | 49년의 잘못 | 몸이 날아올라 용이 되리라 |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네 |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 입장 바꿔 생각하기 | 속여도 되는 것 | 밤손님 이야기 | 마음의 불 | 늙으면 늙는 대로 | 파랑새는 있다 | 용하다는 족집게 도사 | 잘 지켜보기만 해준다면 | 부러움과 자괴감 사이 | 시 속에 투영된 사회의 단면 | 당신이 없다면 이 세계는 거대한 감옥 | 확신을 가진 사람이 끝까지 간다 | 불안한 선택, 다잡는 마음
3부
소 끄는 대로 밭 갈아도 옷은 젖네
체념은 힘이 세다 | 관광객과 현지인을 구분하는 방법 | 어깨의 힘을 빼고 공을 던져라 | 자연 안에 꼼짝없이 갇히다 | 설득의 기술 | 혼돈 속의 편안 | 꿈, 의식과 무의식의 대화 |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 우주를 가두고 큰 바다 기울여서 | 일상의 무한변주 | 내 새끼들을 위하여 | 겪게 되면 그제야 알게 되리라 | 날 위해 울지 말아요 | 마음 근육 키우기 | 그때 그 사람들, 반 넘어 티끌 되어 | 기나라 사람의 걱정
4부
찾아오는 벗 없는데 해 저물어 산그림자 길다
왜 말을 못 하니 | 고독의 품격 | 한결같은 친구 | 중간에 그만두기 | 참다운 우정은 조건에 매이지 않는다 | 늘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노부부 | 마주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 아무도 찾지 않는 집 | 한가로움을 기르는 법 | 아무도 기다리지 않으면서 | 핑계 | 이별 앞에서 우아해질 수 있을까 | 어깨동무 내 동무 | 나이와 처지를 잊은 사귐 | 눈이 내려 아무도 오지 않고 | 세상의 모든 것은 잠시 빌린 것 |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 | 달이 뜨면 오신다더니 | 웃음으로 전하는 인생의 참맛 | 어렵고 어려운 세상살이
5부
달은 차지 않고 별만 밝으니 고향 생각에 아득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 눈부신 순간은 언제나 짧다 | 나그네에게는 세상 모든 곳이 집이다 | 이들이 차마 꿈엔들 잊히리야 | 형님은 먼저 태어난 나 | 죽어서 하는 세상 구경 | 마음이 담긴 선물 | 태어나 반 줄의 글도 읽은 적 없네 |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 또 하나의 식구 |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 영원한 마음의 고향 | 단란한 즐거움 | 가족이라는 이름 | 마음이 자연과 하나 될 때 | 살맛 나는 인생, 마음을 알아주는 데 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온 산에 가을빛 물든 가운데
오솔길이 절로 트여 있네
- 정약용, <파직되어>, 《여유당전서》
파직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정약용의 마음은 복잡하다. 벼슬살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차라리 잘되었으니 시라도 짓고 살겠다는 홀가분한 마음도 든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횡행하는 무리들을 쥐새끼 같다고 욕하고, 인생사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이런 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조삼모사하는 원숭이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돌아가면 가족들은 얼마나 슬퍼할 것이며, 앞으로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걱정 근심에 사로잡혀 길가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을 리 만무하다.
집으로 가는 내내 자신에 대해,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해, 그간의 벼슬 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하던 그는 결국 어느 정도 마음 정리를 끝냈던 모양이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혔을 때 시선은 비로소 자신의 안에서 밖으로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진 산의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면서 어느덧 다가온 가을을 실감한다. 거의 도착했는지 집으로 가는 오솔길도 눈에 띈다. 그는 잠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여전히 가족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겠지.”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형님의 모습이 누구와 닮았던가
아버님 생각나면 형님을 보았네
오늘 형님 보고파도 어디 가 만나볼까
의관을 정제하고 시냇가로 나가 보네
- 박지원, <돌아가신 형님을 생각하며>, 《연암집》
위 시는 연암의 나이 51세인 1787년에 그의 형 희원이 죽자 지은 것이다. 이해는 부인 이씨가 죽은 해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 만에 형마저 세상을 떠났다. 연암에게 형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아버지가 보고프면 형님 얼굴을 보았다. 연암은 형님에게서 아버지를 느꼈다.
그런 형님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제 세상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연암은 조용히 시내를 찾는다. 아마도 형과의 남은 추억이 서린 집이 못 견디게 했으리라. 시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시내에 형이 보이고 아버지가 보인다.
- <형님은 먼저 태어난 나>에서
안다면 잘못 없애야 진정 약이 되니
그저 알기만 하면 어찌 안다고 하리오
- 윤봉구, <잘못을 알다>, 《병계집》
건강이 제일인 줄 알면서 왜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가? 의지가 약하고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사실을 피상적인 관념으로서 알고 있는 사람과, 죽음의 문턱을 한 번 넘나든 사람이 알고 있는 ‘건강이 제일’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제대로 알면 실천은 저절로 따르는 법이니, 실천이 따르지 않는 진정한 앎이 아니라는 것이 왕양명의 주장이다. 알면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건 앎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앎이 절실하면 실천은 저절로 따른다.
- <49년의 잘못>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