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6420403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연어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1부 | 연어낚시꾼의 탄생
연어앓이가 시작되다
배를 사고 말았다
캐나다 사람들과 고사를 지내다
홍연어 떼가 바다를 뒤덮다
초보 낚시꾼에게 연어는 오지 않았다
아침식사 전에 연어를 잡아 오겠소
삼각파도에 갇히다
저마다의 낚시법이 있다
드디어 대물을 낚다
사랑하는 배와 작별하다
2부 | 연어가 건네온 이야기
연어와 함께 한국에 가다
사람은 연어에게 책임이 있다
내 아들도 결국 바다로 향했다
강에서도 연어가 산다
무리의 맨 앞에 리더가 있다
강을 나온 연어는 베링 해로 향한다
연어처럼 돌아가 꽃을 심으리
낚시는 취미지만 요리는 의무다
연어의 이야기를 받아적다
연어에게도 국적이 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홀리 크랩!”
선장의 입에서 ‘이럴 수가!’ 하는 속어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생각보다 훨씬 큰 놈이었던 모양이다. 어느새 커다란 뜰채를 쥔 선장은 연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뱃머리를 요리조리 잡아주며 덩달아 신나 있었다. 이제 불과 5미터도 남지 않았다. 딸려온 연어의 검푸른 등이 또렷이 보였다. 난생처음 보는 대물이었다. 선장이 뜰채를 내밀려는 찰나, 연어가 다시 바다 속으로 내달렸다. 낚싯줄을 끊어내려는 듯 거칠게 내달았다. 윙윙윙윙. 릴이 돌아가며 숨 가쁜 소리를 토해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선장은 아예 엔진을 꺼버리더니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이제 사정거리 안이라고 느낀 순간 선장이 날렵하게 뜰채를 물 속으로 넣었다. 그물망 속에서 펄떡거리던 연어가 선장의 손에 이끌려 갑판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족히 1.5미터는 돼 보였다. 연어가 무사히 올라온 것을 본 형님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른 일행도 이 믿기지 않는 장면에 할 말을 잃고 감탄사만 쏟아냈다. 연어를 기절시키고 무게를 확인한 선장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 마이 갓! 39.5파운드야! 아마 올해 빅토리아 근해에서 잡은 연어 중 제일 큰 것 같아.”
대략 18킬로그램이다. 정육점에서 산 돼지고기로 치면 약 서른 근이다. 다시 시동을 건 선장이 어디론가 급히 무전을 날렸다. 올해 잡은 가장 큰 연어를 확인해보려는 모양이었다. 몇 군데 알아본 그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는 이 연어가 올해 최고기록이래요. 연말까지 석 달 남았지만 아마도 깨기 힘들 겁니다.”
“너, 아직도 GPS 없이 낚시하니”
“그런데. 왜”
“이번에 내 GPS를 해경들이 쓰는 최신 장비로 바꾸려 해. 혹시 필요하면 예전의 것은 네가 가져가.”
그래도 거저 받을 수는 없어 시세를 알아보고 값을 치렀다. 리키가 직접 우리 집에 와서 GPS를 달아주고 사용법을 알려줬다. 고마운 마음에 집에서 저녁밥을 대접했는데, 미역을 넣고 끓인 된장국을 아주 맛있다며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 횡재인가? 숟가락으로 연신 미역국을 떠먹던 리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이야, 그동안 낚시를 하면서 좋은 포인트들을 GPS에 다 저장해뒀어.”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근처 바닷가에 가보면 조그맣게 물고기 표시된 곳이 화면에 뜰 거야. 그게 바로 내가 해둔 표식들이야.”
횟감 연어를 냉장실에서 녹여 초밥과 연어회 준비도 마쳤다. 냉장실 해동은 연어 본래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얼었던 연어를 그냥 상온에서 녹여 먹었더니 비린내가 많이 났다. 궁리 끝에 김치 냉장고나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했더니 잡내가 전혀 없는 맛있는 연어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회심의 역작 ‘오리엔탈 드레싱 연어 시금치 샐러드’. 어느 잡지에서 우연히 보고 만들어보았는데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어 요리가 되었다. 집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놓아도 항상 좋은 평을 받았다. 마늘, 양파, 쪽파 따위를 간장과 참기름, 레몬즙, 식초, 올리브오일과 섞어 소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레몬껍질을 얇게 갈아 섞어주면 상큼한 맛이 배가된다. 연어는 초밥용으로 썰듯 얇게 잘라 올리브오일, 후추, 레몬즙과 소금을 약간 뿌려 밑간을 해둔다. 그러고 넓은 접시 가운데에 샐러드용 시금치 싹을 올리고 주변을 한 조각씩 롤을 말아 둘러 세운다. 그 위에 오리엔탈 드레싱을 살살 끼얹으면 끝이다.
내가 연어낚시를 위해 배를 정박시키는 마리나에는 인공부화된 뒤 돌아온 연어의 머리를 기증받는 자그마한 상자가 비치돼 있다. 잡아 온 연어를 손질하는 헛간 한편에 있다. 나도 연어를 손질하다 기름지느러미가 없는 인공부화 연어를 확인하면 그 머리를 상자에 넣어 기증한다. 맛있게 구워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꾹 참고 그렇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연어의 종류, 잡힌 지역과 기증자 인적사항을 자그마한 종이에 쓰고 연어 머리에 매달아 나무 상자 속에 넣으면 끝이다.
흥미롭게도 연어 머리를 수거해 간 수산해양부는 매년 기증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준다. 편지에는 내가 기증한 연어 머리에서 인식표가 발견됐는지 여부와 발견된 경우 그것이 어느 해에 어떤 부화장에서 내보낸 연어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그해에 기증된 연어 머리 가운데 몇 마리에서 이런 인식표가 검출됐는지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