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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46421196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1. 경치를 빌리다 « 9
2. 첫 독립, 첫 식물 « 19
3. 움직이는 것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 « 31
4. 사계절 정원 식사 « 43
5. 태풍이 불던 날 « 53
6. 아주 오랫동안 여행하기 위해 « 63
7. 쓰레기를 심다 « 75
8. 기형을 사랑하는 마음 « 85
9. 흙 속의 작은 씨앗을 찾으며 나이를 먹는다 « 93
10. 씨앗의 시간 « 103
11. 세상의 솎음질에 익숙해진다는 것 « 117
12. 싹이 트는 기쁨 « 131
13. ‘컴패니언 플랜트’의 세계 « 145
14. 녹색 커튼 « 157
15. 내가 편애하는 장미 « 171
16. 다시, 버섯의 계절 « 185
17. 겨울 생활 « 195
18. 베란다여 안녕 « 203
19. 밤의 정원 옆에서 « 209
• 그 이후의 이야기 « 215
리뷰
책속에서
한번은 여행하는 도중, 어느 지역의 큰 공원에서 노숙자들이 지은 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차경’이구나 싶어 감탄했다. 공원이라는 장소는 대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이고 일종의 공공시설이다. 그런데 노숙자가 이곳에서 사는 것은 규칙 위반으로 간주하여 내쫓아버린다. ‘공공’이라면서 누구나 살 수 없다는 건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장소, 누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는 장소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일까. 고대에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거기에 집을 지었을 것이다. 나는 노숙자들의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장소는 ‘공공성’이라는 말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완벽히 배타적인 게 아닐까.
세상에는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이 있다. 나는 결코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을 모른다. 어느 정도까지는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상청이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고 그 정보를 통해 외출을 피한다. 현관으로 화분을 옮기고 불행으로부터 몸을 숨긴다. 하지만 완벽하게 숨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존재 앞에 엎드려 죽음을 맞이하겠지.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태풍이 왔을 때 느낄 수 있다.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오히려 나를 안도하게 한다. 나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므로. 태평하게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이 된다.
내가 매일 물을 주는 이유는 식물에 대한 애정 때문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즐겁기 때문이다. 베란다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물뿌리개를 식물에 향할 때마다 그 식물을 생각하면서 고요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식물을 보면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걸 실감하며 더욱더 소중하게 그 시간을 통과해내고 싶어진다. 꽃이 피거나 열매를 발견했을 때는 한 생명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