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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7803557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 조선족 가이드를 위하여
1.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2. 보기만 해도 아픈 감자
3. 강 여사의 마중
4. 순임 님의 유머
5. 용돈 싸움
6. 제자가 담근 막장
7. 나를 깨우는 목소리
8. 기(奇) 시스터스
9. 승우의 바이올린 독주회
10. 거창한 사인(sign)
11. 발 마사지하는 여인들
12. 700만 가지 불가사의(不可思議)
13. 하 서방 고마워
14. 탐험가에 대한 승우의 생각
15. 조선족 가이드를 위하여
16. 죄지을 틈이 없는 사람들
17. 받은 선물 나누기
18. 내 친구의 어록(語錄)
19. 마른 고사리 삶는 법
20. 보리 풋바심
21. 어머니 손 좀 만져 봅시다
22. 주님 날개 밑에서
23. 사람은 죽어 봐야 안다지만
24. 아버지의 편견
25. 이 고운 산야(山野)에서
26. 영암의 신지식인
2부 | 그 아픈 시간에
1. 그 아픈 시간에
2. 기형도의 시
3. 노병사(老兵士)의 집
4. 앵두로 쓴 동화
5. 다사다망(多事多忙)한 남영희 님
6. 칠보 가는 버스 안에서
7. 외나로도에 가서_ 내가 천천히 운전할게요
8. 외나로도에 가서_ 문 선생님
9. 외나로도에 가서_ 쑥섬에서 들은 막간의 얘기
10. 외나로도에 가서_ 문 선생님 부부의 결혼반지
11. 외나로도에 가서_ 일을 다스리는 사람
12. 외나로도에 가서_ 면(面) 체육대회
13. 외나로도에 가서_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 커피
14. 외나로도에 가서_ 주님이 보낸 특파원
15. 외나로도에 가서_ 갑숙 님의 이웃사촌
16. 누가 내 집에 오겠다고 하면
17. 화장지와 손수건
18. 냉커피 드세요
19. 구 선생님의 용돈
20. 선물 이상의 것
21. 미시즈 일본
22. 해남 부인의 시(詩)
23. 낮말도 밤말도 하나님이 들으시고
24. 어느 신(神)이, 어느 신(神)이
25. 적극적인 표현이 좋을 때
26. 아직 세상은 따듯하네요
27. 아이 엠 초보(初步)
3부 | 어마어마한 사랑의 빚
1. 경주에 가고 싶은 이유
2. 명애 님
3. 석굴암 불상 앞에서 본 여학생들
4. 천마총 유물보다 더 귀한 것
5. 미인은 기다려야지요
6. 나를 꿰뚫어 보는 명선 님의 시선
7. 울진군 온양읍 차현주 님
8. 누룽지 만드는 여인
9. 아아 명숙 님 그리워
10. 포항에서 꼭 만나야 하는 사람
11. 강아지도 못마땅히 여기는 걸 안다
12. 내가 나에게 하는 경고
13. 박 서방 멋져!
14. 배려하지 못하고 하는 사과
15. 친구 셋이 헤어지는 환승역에서
16. 어머니는 어째도 괜찮아
17. 꽃 자랑은 해도 되나
18. 일용할 양식만 주신다
19. 어마어마한 사랑의 빚
20. 만발한 파꽃을 보면서
21. 노인석에 누워 있는 사람
22. 스트레스 제로
23. 나그네로 살다 보니
24. 어느 누구도 나보다 낫다
25. 손가락 고구마
26. 아픈 친구를 생각하면서
4부 | 내 집으로 가야지
1. 존경하는 아내 박정자 선생에게
2. 강사, 작가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3. 이건 무슨 그리움일까
4. 5분 거리에 있는 내 꽃밭
5. 꽃이 시드는 소리
6. 벚꽃은 절세미인인가
7. 여진 님에게
8. 범죄하기 이전의 하와처럼
9. 여섯 사람의 헌신으로
10. 수박 껍질 버리지 마라
11. 기일혜 님 따라다니기
12. 위대한 수국이라고나 할까
13. LA 야산의 야생화
14. 습관적 영성
15. 가장 아픈 외로움
16. 엘리베이터 안에서
17. 어느 결혼 조건
18. 벌교 친구 송양엽 님
19.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20. 당신은 무슨 재미로 사나
21. 고흐의 아몬드꽃
22. 대부도 노래방
23. 울산에도 내 집이 있다
24. 우리 엄마는 안 약해요
25. 이 어찌할 수 없는 삶을
26. 이 더위도 지나가리라
27. 그분이 사는 곳이라면
28. 박이순 님 이사 가는 날
29. 내 집으로 가야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전 열 시 반쯤 정읍역에 내리니, 순임 님 사는 산외면 사가마을 가는 버스는 오후 두 시 이후에나 있다. 버스로도 한 40여 분 가니 택시를 탈 수도 없고. 심란해진 맘으로 그에게 전화한다. “왜 그리 먼 곳에서 살아요? 버스는 오후 두 시 이후에나 있대요.”
“아이고 선생님, 정읍이시구나. 제가 집을 띠메고(떠메고) 정읍으로 지금 갈게요.”
집을 떠메고 오겠다는 그의 말을 듣자, 웃음이 나오면서 복잡하던 머리가 시원해진다. 시원해진 머리로 잘 알아보니, 칠보까지 버스(자주 있음)로 가면 거기서 사가마을 가는 택시가 있고, 택시비는 만 원. 조금 기다리다가 칠보행 버스에 오른다. 칠보에서 택시로 바꿔 타고 사가마을에 내리니, 순임 님이 나와 있다.
나를 보자마자 그가 막 웃으면서 말한다. “선생님, 집을 띠메고 갈라고 하니 집이 안 떨어져요, 안 떨어져.”
숙소 주인 내외분이 댁에 있는 커피 봉지들을 내놓는다. 그중 하나를 내가 들고 보니 알 수 없는 영어로 써 있어서, 커피 박사인 김 목사님에게 묻는다.
“이게 무슨 커피라고 씌어 있어요?”
“먹어도 괜찮은 커피라고 써 있네요.”
“그래요. 하하하….”
내가 한바탕 크게 웃자, 처음 만나서 약간 서먹하던 주인과 손님 사이가 확 어우러진다. 사람 사이의 낯섦이나 어색함, 긴장을 풀어 주는 말 한마디는 양약과도 같다.
외나로도에서도 내가 무슨 일로, 새 양말에 씌어 있는 영어를 보이면서 “여기 뭐라고 씌어 있지요?” 하니, 김 목사님이 대답하신다.
“신어서 편안한 양말이라고 써 있네요.”
나는 또 막 웃는다. 막 웃는 웃음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포항 길거리에서 본 어느 차 뒤에 붙어 있는 알림 글이다. ‘아이 엠 초보(初步, 나는 초보다).’ 보자마자, 내 속으로 하는 말이 ‘나야말로 늘 인생의 초보다’ 하면서 그 말이 내 말처럼 여겨진다.
인간관계에 늘 익숙하지 못하고 초보 단계인 나. 내가 인생살이에 얼마나 자신이 없느냐 하면, 며느리가 결혼해서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내가 밥 안칠 때 한 말이 이렇다.
“얘야, 나는 누가 보면 떨려서 밥물도 잘 못 본다. 네가 밥물 좀 봐 줄래.”
며느리는 웃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나는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면서도 만나기를 두려워하면서 떨고 말문이 잘 막힌다.
인간이란 신묘막측하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신성을 가진 신의 자녀들이다. 떨며 말문 막히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