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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과학의 이해 > 과학고전
· ISBN : 9788952752512
· 쪽수 : 159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갈등하던 성장기 / 제2장 욕망이라는 이름의 범선 / 제3장 선택 이론의 형성
제4장 떠들썩한 승리 / 제5장 자연과 문명
기록과 증언 / 다윈의 여행 경로 / 다윈의 아들들 / 참고문헌 / 그림목록 /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다음 기항지는 아르헨티나 최남단의 티에라델푸에고였다. 비글호는 1832년 12월 16일과 1833년 2월 28일 사이에 아르헨티나 해안을 따라 항해할 예정이었다. 12월 18일, 함장 피츠로이는 병사 한 분대를 육지에 상륙시켰다. 해안에 있던 원주민들은 놀라긴 했지만 적대감을 보이지 않고 그들을 맞아들였다. 이곳에서 다윈은 야만인과 문명인 사이의 거리를 가늠했다. 그는 "야만인과 문명인 사이의 거리는 야생동물과 가축 사이의 거리보다 멀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동물보다 큰 개선 능력이 있다"라고 썼다. 다윈은 그때까지 유럽인과 한 번도 접촉하지 않고 아메리카 대륙의 궁벽한 지역에서 안개와 추위에 싸인 채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살아가던 원주민들을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낀 놀라움과 그 표현은 최고의 교육을 받은 문명인의 자민족 중심주의적 관점을 담고 있으며, 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된 국가로 평가받던 영국의 '부르주아' 청년에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원주민들은 아르헨티나어(스페인어)와 브라질어(포르투갈어)가 뒤섞인 단편적인 부족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40년 가까이 지난 뒤, 다윈은 <인간의 유래>(1871)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때 받은 충격을 한 번 더 묘사한다. "어느 울퉁불퉁한 황량한 해안에서 한 무리의 푸에고 제도 원주민들을 처음 보았을 때 느낀 놀라움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갑자기 우리의 조상들도 저들과 같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벌거벗은 그들의 몸에는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문신들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으며 긴 머리카락은 한 번도 손질을 하지 않은 듯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게다가 흥분한 탓인지 그들의 입에서는 거품이 일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야만스러운' 표정에는 우리를 두려워하여 경계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 (38~39쪽, '욕망이라는 이름의 범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