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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2755544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여행을 떠나는 삶
여행 가방 꾸리기
여행, 찍을 것인가 담을 것인가
나쁜 여행
꿈꾸는 여행
유통기한이 있는 추억
장롱면허로 여행하기 1
장롱면허로 여행하기 2
출장과 휴대전화
만화가 진짜 출장을 가다
싸구려 서핑을 배우다
그리스 식 결혼에 참석하다
낮잠
여행자로 남기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이서 여행하기
맛있는 도시 도쿄
쓰키지에서 아침을
세컨 핸드를 찾아서
베트남 기차 여행1
베트남 기차 여행2
응급실로 향하다
여행에 초대받다
서울 촌놈 정글에 가다
거미 먹기
앙코르와트를 내려다보다
캄보디아를 떠난 후
에필로그_좋은 여행 되라고 말해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가방의 지퍼를 억지로 잠그다 보면 뭔가 이건 아니다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훌쩍 떠나는 것이 애당초의 목표였는데 무슨 야반도주하는 이의 그것처럼 가방이 뚱뚱해져 있다. 다시 가방을 열고 필요 없는 것들을 솎아 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 모두 다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물건들뿐이다. 결국 그 여행 가방에서 빠지는 것은 애꿎은 팬티 한 장과 티셔츠 한 장 정도다. 생각해 보면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고 나면 여행 가방 속에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언젠가 그런 것은 애당초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땐 나도 정말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 ‘여행 가방 꾸리기’ 중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림을 만들기 위해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다. (중략)아내와 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남기기보다는 당장 그곳에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주보고 웃고, 손을 잡고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하기에도 여행의 시간은 결코 길지가 않다. 앞으로는 카메라에 필름 한 통만 달랑 넣어 여행을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사진도 더 정서 들여 찍을 수 있고, 여행 속의 아름다운 것들을 가족이 함께 만끽하며 맘 속에 더 많이 담아올 수 있을 테니까.
-‘찍을 것인가 담을 것인가’ 중
내 방안에는 추억이 서린 그런 물건들이 너무 많다. (중략)새로운 여행의 추억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면 더 오래된 낡은 추억들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 말 그대로 추억의 포화상태.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게 다 욕심 때문인 것을. 과거의 향수, 여행의 추억. 삶의 흔적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여행의 기억들을 음미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새로운 여행의 추억을 만들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렇게 추억만 만들다 떠난다면 그것을 누가 추억해 줄까? 우리가 모은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며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뿐인데 말이다. (중략)그러니 추억보다는 당장의 시간, 이 순간들을 즐겨야지. 흘러간 시간은 이미 기간이 다 한 통조림 같은 것인지도 모르니까. -‘유통기한이 있는 추억’ 중
낯선 여행지에서 낮에 잠들었다가 눈을 뜬다는 것. 그건 어떤 여행지의 특별한 곳을 찾아가 보고, 감동하는 것만큼 독특한 설렘이 있는 일이다. 그냥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일 뿐이지만. 그렇게 눈을 뜨면 다시 처음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처음부터 다시 솟는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그곳,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 나만의 시간을 사랑하게 된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 힘든 기억은 모두 잊게 되고 머리 속은 텅 비워진다. 그 안에 뭔가 더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낮잠’ 중
멋진 여행가를 보면 언제나 부럽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아무렇게나 입은 것 같은 셔츠, 나달나달한 거대한 배낭. 무엇보다 그들의 눈이 대단하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투명에 가까운 여행가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그 검은 눈동자에 풍덩 하고 빠질 것만 같다. (중략)현실과 꿈. 그것이 만나는 곳에 여행이 있다.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뭔가 값진 것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신에게 구체적인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그 여행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잠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그저 삶의 달리기를 멈추고 한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중략)언젠가 온전한 여행자의 눈빛으로 세상을 떠돌고 싶다.
-에필로그 ‘좋은 여행 되라고 말해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