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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영국여행 > 영국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2760036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track 1 Smells Like Teen Spirit(Nirvana) 저녁 시간의 비밀
track 2 Wake Up(Rage Against The Machine) 의문의 이메일과 검은 옷의 남자
track 3 Live Forever(Oasis) 영원히 함께 살아요, 우리
track 4 A Hard Day’s Night(The Beatles) 힘든 하루
track 5 Back In Black(AC/DC) 헐크 호건
track 6 Imagine(John Lennon) 런던에 사는 이치가와 씨의 경우
track 7 Shine A Light(The Rolling Stones) 글래스턴베리 고고씽
track 8 Beautiful Ones(Suede) 드러난 헐크 호건의 정체
track 9 Fix You(Coldplay) 토요일 밤
track 10 A Waltz For A Night(Julie Delpy) 비포 선 라이즈
track 11 No Surprises(Radiohead) 놀라운 건 없어
track 12 Till There Was You(The Beatles)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track 13 With Or Without You(U2) 당신이 있어도 당신이 없어도
track 14 I’m Yours(Jason Mraz) 나는 당신의 것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시 다음 날 저녁. 이번에도 동료들이 야근을 위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나는 피아노 학원 건물 1층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거기에서 삼각 김밥 두 개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운 다음 그걸 들고 다시 학원으로 올라가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삼각 김밥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면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길은 어떻게 해서든 찾아지게 마련이다. 그 와중에도 삼각 김밥은 ‘전주비빔’과 ‘매운 참치 김치’가 최고라는 사실을 알아낸 건 부수적인 성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은 그냥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였다. 저녁 사 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삼각 김밥으로 연명하면서 피아노를 치는 내 모습은 마치 통속적인 드라마에 나오는 가난한 뮤지션처럼 보였다.
SUNDAY 28th
PYRAMID STAGE
OASIS
“시간표군요.”
데이비드는 마치 시험 감독관처럼 내가 이 문제지를 스스로 풀기를 바라며 가만히 기다리는 듯 보였다.
“라인업인가요? 록 페스티벌?”
데이비드는 거의 정답에 가깝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펜타포트? 펜타포트에 오아시스가 오는 건가요? 와우.”
데이비드는 살짝 주춤하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닌가요? 펜타포트가 아니라면 뭘까? 설마 글래스턴베리 뭐 이런 데는 아닐 거고.”
글래스턴베리. 그 단어가 나도 모르게 발성기관을 통해 저절로 흘러나왔다.
“글래스턴베리. 너도 그 이름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라고 주연은 말했었다.
글래스턴베리. 전 세계 음악 팬의 성지. 몇 년 동안 일부러 마음속에 묻어 두고 잊히기를 바랐던 단어, 글래스턴베리. 그 단어가 데이비드의 청각기관에 닿는 순간 그의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걸 알아챘다.
“글래스턴베리?”
나는 재차 확인했다. 데이비드는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어느새 내 말투가 반말로 바뀌었다. 데이비드는 역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헐, 레알?”
내가 잘 쓰지 않는 두 단어가 연달아 나왔다.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할 때면 쪼르륵 달려와서 구경하는 꼬마 형제가 잘 사용하는 단어였다. 이성적 사고 능력보다는 감성 체계가 지금의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데이비드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레알, 엄창.”
그는 엄지손가락을 이마에 찍었다. 이 영국인은 도대체 이런 한국말을 어디에서 배운 걸까. 멋쩍은 듯 데이비드가 헛기침을 했다.
(중략)
“그러니까 나한테 올해 글래스턴베리에 가라는 건데, 만약 제가 안 간다고 하면 어떻게 되죠?”
“딱히 어떻게 되지는 않겠죠. 다만 글래스턴베리에는 하나의 분기점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분기점을 지나지 않아도 됩니다. 어쩌면 치명적이고 위험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우주가 당신에게 펼쳐질 게 확실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