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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52763464
· 쪽수 : 42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데카르트가 단지 인간의 사유 형식에 대해서만 글을 쓴 건 아니다. 다행히 나는 읽지 않았지만 그는 과학을 연구하는 방법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썼다. 또한 말년에 그는 인간의 행복에 관한 주제로 얇은 책을 쓴 적도 있다. 나도 읽어보았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에게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25페이지 정도에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은 감각의 문제다. 즉 보고, 듣고, 만져보고, 혀로 맛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그 후에도 데카르트는 무수히 많은 말로 지면을 채워놓았다. 하지만 지면 위에 빼곡히 적힌 그 많은 말들을 보면서 착잡해지는 기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25페이지에서 그는 이미 진리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옳다. 가장 소박하면서도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 다시 말해 눈으로 보고, 피부와 혀, 그리고 코와 귀로 느끼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p. 179)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지만, 또한 가장 조용하게 보내던 그때, 이모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데만 전념했다.
살아간다는 것. 내게 있어서 그것은 조급한 마음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긴장을 풀고 심장이 원래의 리듬대로 뛰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덥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태양의 열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설령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해도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밤이 오고 온 세상에 어둠에 잠겨 잠이 오면 무조건 몸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세상 사물들도 어둠 속에서 쉬어야 할 테니까.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또 봐야 한다. 내가 이 땅에 살아 있는 동안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당장 내일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p. 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