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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4294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1부 십자가에 매달린 선생
1. 아로요의 크리스마스
2. 위어턴의 새해
2부 십자가에 매달린 백만장자
3. 야들리 교수
4. 브라드우드 저택
5. 내부 사정
6. 체커와 파이프
7. 폭스와 영국인 부부
8. 오이스터 섬
9. 계약금 100달러
10. 템플 박사의 모험
11. 쉿!
12. 교수가 말하기를
3부 십자가에 매달린 신사
13. 넵튠의 비밀
14. 상아 건반
15. 나사로
16. 사절단
17. 산속의 노인
18. 폭스가 말하기를
19. T
20. 두 개의 삼각관계
21. 연인들의 말다툼
22. 유럽에서 온 전보
23. 작전회의
4부 십자가에 매달린 죽은 자
24. 또다시 T
25. 절름발이 사내
26. 엘러리가 말하기를
27. 실수
28. 두 번 죽다
29. 지리학의 문제
30. 엘러리가 다시 말하기를
엘러리 퀸의 영상화
리뷰
책속에서
그것은 조각이 새겨진 높이가 3미터쯤 되는 굵은 기둥이었다. 지금 남아 있는 모습으로 보아 전에는 화려하게 채색이 되어 있었던 것 같지만, 마치 수백 년 동안 비바람에 시달려 온 듯 이제는 빛바래고 얼룩지고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조각에는 괴물의 얼굴과 여러 동물이 뒤섞여 있었는데, 맨 위에는 부리를 아래로 하고 날개를 펼친 모습의 독수리가 조악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날개는 거의 평평하게 펼쳐져 있었는데, 엘러리는 꼭대기에 활짝 편 날개 때문에 기둥의 전체 모양이 알파벳 대문자 T와 아주 흡사하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그 기둥에는 목이 잘린 남자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는데, 양팔은 굵은 밧줄로 독수리 날개에 묶여 있었고 땅에서 1미터쯤 떨어진 기둥 부분에 다리도 비슷한 식으로 묶여 있었다. 그 남자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생긴 피투성이의 구멍에서 손가락 두 마디쯤 위에 나무로 만든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 광경은 끔찍할 뿐만 아니라 가련한 느낌마저 주었다. 그 시체는 목이 잘린 헝겊 인형처럼 애처로운 무력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P73~74
엘러리는 지난번의 그 덤불숲 속에 차를 세워두고 권총을 손에 든 채 루든 순경이 따라갔던 희미한 자국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숲이 빽빽하게 우거진 땅과 풀밭에는 지난번에 다녀간 흔적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서두르면서도 조심스럽게 산을 올라갔다. 무엇과 맞닥뜨릴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누구에게든 불시에 기습을 당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단단히 경계를 했다. 울창하고 빽빽한 숲은 조용했다. 그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늦지 않게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늦어버렸음을 알리는 경종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엘러리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오두막이 있는 빈터를 살펴보았다. 울타리는 그대로였고 앞쪽 문은 닫혀 있었다. 엘러리는 기운이 솟았지만 모험은 하지 않았다. 그는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서 소리 없이 나무 뒤에서 앞으로 나섰다. 철조망이 쳐진 창문에 나타난 저 그림자는 혹시 눈에 익은 피트 영감의 턱수염 난 얼굴? 아니, 그것은 그의 상상이었다. 그는 권총을 꽉 쥔 채 불안한 동작으로 울타리를 넘었다. 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엘러리는 그 자리에 꼬박 삼 분 동안 꼼짝 않고 서서 축축한 땅바닥에 난 자국이 분명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모든 걸 말해주는 그 자국을 피해서 크게 빙 돌아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가며 문까지 갔다.
이제 보니 문은 그가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꽉 닫혀 있는 게 아니었다. 작은 틈새가 보였다. 엘러리는 오른손에 권총을 쥔 채, 그 작은 틈새에다 귀를 갖다 댔다. 오두막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왼손으로 문을 쾅 하고 쳤다. 그러자 문이 뒤로 홱 열리면서 오두막 내부가 드러났다…….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P426~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