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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4317
· 쪽수 : 492쪽
책 소개
목차
1장 펜쿠쿠에서 열린 모임
2장 등장인물 여섯에 배우 일곱
3장 연극을 선택하다
4장 음악 큐
5장 클라우디폴드 언덕에서
6장 리허설
7장 막간극
8장 대재앙
9장 런던경시청 범죄 수사반
10장 템플렛 박사의 이야기
11장 로퍼의 이야기
12장 두 번째 막간극
13장 일요일 아침
14장 저닝햄 가문의 이야기
15장 앨린, 교회에 가다
16장 정상길에서 일어난 사건
17장 목사의 고백
18장 미스터리한 여자
19장 템플렛 박사의 진술
20장 글래디스 라이트 양의 이야기
21장 솔 트랜터 씨의 이야기
22장 트로이에게 보내는 편지
23장 겁먹은 여자
24장 이상한 프렌티스 양
25장 마지막 막간극
26장 프렌티스 양, 추우신가요?
27장 사건 종결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 코플랜드 목사는 희망적으로 말을 멈추었고 머뭇거리는 박수소리가 나왔다…….
“우리를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시며 일이 분 전까지도 피아노를 연주할 준비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프렌티스 양께서는 나중의 공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시고 손가락 상태가 영 좋지 않으셔서, 프렌티스 양께서…… 아…… 템플렛 박사께서…… 그…… 손을 보시고 그.. 연주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목사는 다시 말을 멈추었고, 관객은 템플렛 박사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여러분께서 실망하시고 안타까워하시겠지만, 프렌티스 양을 생각하면 다들 의사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연주를 할 분이 계시고, 그것도 아주 훌륭한 연주를 할 분이 계십니다. 이드리스 캠패뉼러 양께서 고맙게도 공연 직전에 우리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기로 승낙해주셨습니다. 자, 캠패뉼러 양께서 아주 관대하고 너그러운 결정을 해주셨고, 여러분께서 진심으로 감사의 박사를 보내주시길...”
귀청이 떨어질 뜻한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플랜드 박사가 마무리를 지었다.
“캠패뉼러 양은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샤프 단조>를 연주해주실 겁니다. 캠패뉼러 양.”
목사가 캠패뉼러 양을 무대 뒤에서 데리고 나와 계단 아래의 피아노로 안내한 다음, 사이드 커튼을 지나 무대 위로 돌아갔다.
이드리스 캠패뉼러가 근엄하게 고개를 숙여 박수에 화답하고, 목사에게 좀 더 친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관객석을 등지고 피아노 앞에 앉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캠패뉼러 양이 보면대에 놓인 <베네치아 조곡> 악보를 치우고 자신의 유명한 전주곡 악보를 올려놓은 다음, 거장처럼 악보를 펼치고 익살스럽게 악보를 넘기고서는 피아노 상판의 실크천과 너무나도 꼭 닮은 실크 드레스 가슴 부분에서 코안경을 꺼내는 모습 역시 참 볼만했다. 캠패뉼러 양과 그 낡은 피아노는 상호간의 이해와 친밀함의 분위기를 풍기며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캠패뉼러 양이 가슴 부분을 한껏 끌어올리는 바람에 등이 훤히 드러났다. 그녀는 악보에서 닿을 정도로 코를 바싹 들이대고 저음부에 왼손을 올렸다. 그리고 건반을 눌렀다.
빰. 빰. 빰.
익숙한 화음이 세 번 울렸다.
캠패뉼러 양은 잠시 멈추고 커다란 왼발을 들어 소프트페달을 밟았다.
끔찍한 소리가 공기를 갈가리 찢었다. 일순 회관 안에는 소음만이……. 크고 끔찍한 소음만이 존재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먼지와 견딜 수 없는 소리가 자욱하게 끼었다.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소란도 조금 누그러져 누가 무슨 소리를 내는 건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의자 다리들이 바닥을 긁었고, 상록수 가지들이 벽에서 떨어졌고, 피아노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웅웅 울렸다.
캠패뉼러 양은 앞으로 쓰러졌다. 보면대에 끼워둔 악보 위로 얼굴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아주 서서히 슬그머니 피아노 건반 위로 기울어지면서 저음부의 불협화음을 눌렀다. 그러고는 그 자세로 가만히 멈췄다. 마치 거장의 특이한 몸짓을 따라 하는 것 같았다. 캠패뉼러 양은 죽었다.
- 제8장 대재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