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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5000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실종자
제2장 가명은 고메스
제3장 스파이의 본질
제4장 고별
후기 1
후기 2
창작노트
개정판 후기
중앙공론 문고판 후기
해설-야마마에 유즈루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짜오(안녕하십니까).”
나는 남자의 옆을 지나는 순간 뒤돌아 인사를 건넸다.
남자는 흠칫 어깨를 떠는가 싶더니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미행은 내 망상이었나?
나는 개운하지 않은 기분으로 어슴푸레한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멀어져가는 남자의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총성이 울린 것은 그 남자의 뒷모습이 어둠속에 묻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총성은 두 발 연이었다. 앞쪽에 서 있던 남자의 그림자가 바람에 일렁이는 불빛처럼 흔들리더니 푹 고꾸라지며 사라졌다.
나는 번개처럼 달려갔다.
쓰러진 사람은 역시나 금우에서 본 젊은 남자였다.
“이봐, 괜찮아?”
나는 무릎을 꿇고 남자의 상처를 살폈다. 왼쪽 어깨에서 가슴에 걸쳐, 와이셔츠에 진득한 피가 묻어났다.
총성을 듣고 몰려든 십여 명의 구경꾼들이 나와 쓰러진 남자를 둘러쌌다.
“구급차를 불러!”
나는 점점 불어나는 구경꾼들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쓰러진 남자는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거렸다.
나는 남자의 입가에 귀를 갖다댔다.
“고메스의 이름은…….”
남자는 고통스럽게 헐떡이면서 목구멍에서 쥐어짜낸 목소리로 실낱처럼 말했다. 그 말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했다.
“고메스?”
나는 나직하게 되물었다.
남자가 눈짓했다.
나는 서둘러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고메스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의 눈동자에 실망이 어렸다. 눈이 감겼다. 풀썩 옆으로 떨어지는 얼굴, 두드러진 광대뼈가 바닥에 닿았다. 남자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_제1장 ‘실종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