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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5024
· 쪽수 : 57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오미.”
다이아몬드는 나오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어 머리카락을 가리켰다. 그런 다음 그림의 머리 위쪽에 작은 리본을 덧붙여 그렸다.
“마음에 드니?”
그는 껄껄 웃었지만, 자신이 듣기에도 어색하기만 했다.
“이게 너야.”
나오미는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이아몬드는 밀려오는 좌절감을 애써 억누르며 처음에 그렸던 그림을 펼쳐 스케치북에서 찢어낸 다음 두 번째 그린 그림 옆에 내려놓았다. 크기의 대비가 명확해졌다.
“커다란 다이아몬드와 자그마한 나오미야. 다이아몬드. 나오미. 나와 너야.”
나오미는 꽁꽁 얼어버린 사람 같았다.
그림의 의미를 알리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네가 한번 그려볼래?”
다이아몬드는 스케치북을 밀어 나오미 앞쪽으로 보냈다.
다이아몬드는 나오미가 멋진 그림을 그릴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도화지에 뭔가를 표현해주길 바랐다. 그는 나오미의 왼손을 붙잡고 손가락 사이에 매직펜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나오미가 이전에 왼손으로 종이컵을 받아들던 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이런 행동은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나오미가 펜을 잡으려고 하지 않아 그냥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렸다.
“난 네가 할 수 있으리라고 봐.”
다이아몬드는 나오미가 아니라 자신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큰 소리로 말했다.
“정말 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야.”
그는 나오미의 손가락들을 매직펜 주위에 올려놓은 다음 함께 손을 움직이며 도화지 위에 삐뚤빼뚤한 원을 그렸다.
“거봐! 되잖아!”
나오미에게서는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 좋을 대로 해라, 애야.”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다이아몬드의 목소리에는 큰 실망감이 묻어났다. 그는 나오미에게서 등을 돌리고 커피 재료들이 놓여 있는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커피 주전자의 스위치를 넣으면 교사들이 점심을 먹으러 와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번 시간에 뭔가를 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는 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살피고 스위치를 켠 다음 창밖을 멍하니 내다봤다. 가끔가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는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뭔가가 자신의 오른손을 건드리는 느낌을 받았다. 놀랍게도 나오미가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의자에서 일어서서 손을 뻗어 손바닥을 다이아몬드의 팔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다이아몬드는 깜짝 놀라 나오미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갑자기 우쭐해졌다. 가만, 이렇게 의기양양해도 되는 것일까? 나오미는 다이아몬드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지만, 조금 전에 한 행동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이아몬드가 알기로는 그것이 다이아몬드에게 보내는, 아니 학교 내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첫 번째의 긍정적인 제스처였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나오미의 작은 손을 슬며시 쥐었다. 그와 나오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는 방패처럼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루며 창문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