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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2765048
· 쪽수 : 45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화재를 느끼기도 전에 소리로 먼저 들었다. 화염은 깃발 천 개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냈다. 나는 화재를 보기도 전에 피부로 먼저 느꼈다. 열기는 악마가 손등으로 날리는 귀싸대기처럼 후끈했다.
화염이 땅콩 주택의 정면을 따라 퍼져 올랐다. 싸구려 아스팔트 외장재에서 솟구치는 검은 연기가 처마에서 굽이치는 회색 연기와 뒤섞였다. 지붕 위에서 소방관 두 명이 내부에 갇힌 연기를 배출시키려고 도끼를 휘두르며 구멍을 뚫었다. 바람이 맹렬하게 날름대는 불길을 동쪽 끝까지 날려 보냈다. 소방관 둘은 결국 작업을 포기하고 반대편에 놓인 소방용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동료들이 물을 뿌려 엄호해주었다.
거리에는 소방 호스들이 올가미처럼 뒤엉켜 있었다. 느슨한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어 나와 내 바지를 적셨다.
뒤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내가 몸을 돌렸을 때, 2층 목조건물의 지하실 창문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노란 페인트가 벗겨져 떨어지는 집. 앞마당에 파란 닷지 램 자동차가 있는 집. 내가 카멜라 디루카 부인과 네안데르탈인 아들 조지프랑 이야기를 나누었던 바로 그 집. 화염이 지하실을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퍼져 나가자 지하실 창문 세 개가 환하게 빛났다.
“이봐요! 여기요!”
내가 소리쳤다.
이미 소방관 네 명이 땅콩 주택에서 돌아서서 지름 10센티짜리 호스 두 개를 끌고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로지와 대원 두 명이 안면 보호대를 내린 다음 현관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십 초 후에 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로지가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가냘픈 카멜라 디루카 부인을 안고 있었다.
“로드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알아, 베로니카?”
“아니요. 하지만 당신이 말해주겠죠, 뭐.”
“음, 말 안 해줄 거야. 실은, 아무도 확실히는 몰라. 역사가들이 몇 년 동안 조사를 했는데, 어설픈 가설 몇 개를 제시하고는 끝이야.”
“그래서요?”
“그중에 하나가 이거야. 식민지 시대에 이단자, 밀수업자, 살인자들이 내러갠싯 만에 정착하자, 매사추세츠의 독실한 농부들이 그곳을 로그아일랜드(악당들의 섬)라고 불렀대. 그리고 로드아일랜드는 로그아일랜드의 변형이라는 거야.”
베로니카가 낄낄대며 머리칼을 넘겼다. 나는 베로니카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옛날 이름으로 되돌려야 해요. 로드아일랜드는 따분하지만 로그아일랜드는 활기가 넘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