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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768261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숫자 자물쇠
질주하는 사자死者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그리스 개
신 미타라이 기요시의 뜻 _ 시마다 소지
리뷰
책속에서
(……)
나는 가까이에 있던 미타라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딱히 급한 볼일도 없는 듯, 눈을 살짝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이, 곤란한데.”
나도 옆에 있던 퍼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퍼프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는 나무라에게 한마디 들은 것이 아직도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오늘 6시부터 NHK에서 칙 코리아 라이브를 하잖아. 이러면 볼 수 없겠는데.”
버드케이지에는 텔레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퍼프도 그 말을 들으니 혀를 찼다.
“그거 진짜야?”
가까이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미타라이였다. 순간 잠이 깬 것 같다.
“예, 그런데요.”
“6시부터?”
“예.”
“지금 몇 시지?”
“4시인데요…….”
그러자 미타라이는 시체를 앞에 두고도 보인 적이 없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두 시간 남았잖아. 큰일인데. 좋아,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는 현관 쪽을 향하는 형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 죄송합니다, 형사님! 범인을 알고 싶으십니까?”
그러자 나카무라 형사는 걸음을 뚝 멈추고 이쪽을 돌아보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도 그런 당연한 말을 들으면 대답하기 곤란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쓴웃음을 짓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무슨 농담입니까.”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 범인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지금 수갑은 갖고 계십니까?”
그러자 형사도 제법 익살이 풍부한 사람인 듯, 말없이 정장 주머니에서 빛나는 금속을 꺼내 어깨 근처까지 올리고 흔들었다.
“보시다시피 갖고 있습니다, 형사의 기본이죠. 일단 말을 들어볼까요. 누구를 체포하면 되는 겁니까?”
(……)
- <질주하는 사자> 중에서
(……)
아오바도 그렇게 물었지만, 그 후 우리는 미타라이는 뭐하고 있느냐며 미지의 독자로부터 빈번히 편지를 받게 되었다. 자는 건지 죽은 건지, 살아 있다면 근황을 알려달라고 하는 편지들이었다. 게다가 이런 편지 대부분이 어찌된 일인지 여성이었다. 출판사 쪽에도 이러한 편지가 보내진 듯해서, 편집자도 내게 재촉을 했다. 전화까지 몇 번 걸려왔다고 한다. 게다가 전화의 경우 100퍼센트 여성이라고 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되자, 미타라이의 팬 중에 여성이 많다는 실로 놀라운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당사자인 미타라이는 여성에 대해 조금도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여성을 보면 그도 신사답게 행동하며 ‘빈틈없는 여성들의 배려는 참 멋지다.’ 같은 입에 발린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뒤로 돌아서 내가 곧 결혼하는 친구의 화제를 꺼내려고 하면 그는 바로 코웃음을 치며 빈정거렸다.
“용기 있는 사람이네. 나라면 밑에 깔린 매트리스를 향해 오십 미터 상공에서 다이빙하는 남자 쪽이 훨씬 더 이해가 잘 가지만 말이지.”
또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혼한다면 개 쪽이 나아.”
사실 그는 엄청나게 개를 좋아해서, 영리한 개가 있다며 1킬로미터도 아랑곳 않고 산책하러 가기도 했다. 독자 분들도 이 별난 남자의 그런 점이 더 궁금하실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에피소드도 소개해둔다.
(……)
- <그리스 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