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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69220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티파니에서 아침을
옮긴이의 말 비정한 도시의 사랑스러운 여행자, 홀리 골라이틀리 / 트루먼 커포티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 아파트에 일주일 남짓 살았을 무렵, 문득 2호 아파트 우편함의 이름 칸에 끼어 있는 기이한 카드를 보았다. 카르티에 식으로 정중하게 인쇄된 명함에는 “홀리데이 골라이틀리 양”이라는 이름이 있고, 그 아래 모서리에는 “여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글씨는 왠지 노랫가락처럼 내 마음속에서 빙빙 돌았다. “홀리데이 골라이틀리 양, 여행 중.” [......] 나는 복도로 나가 눈에 뜨이지 않을 정도로만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여자는 아직도 계단에 서 있었다. 이제는 계단참에 다 올라, 소년처럼 짧고 색깔이 뒤섞인 머리카락이 보였다. 간간이 섞인 황갈색 머리카락, 알비노처럼 하얀 금발과 노란 머리채가 복도 불빛에 비쳤다. 여름에 가까운 따뜻한 저녁이었고, 여자는 날씬하고 시원한 검은 드레스에 검은 샌들을 신었으며, 진주 초커를 걸고 있었다. 세련되게 마른 몸매였지만 아침 식사용 시리얼처럼 건강하고 비누와 레몬처럼 청결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거친 분홍빛이 뺨을 짙게 물들였다. 커다란 입에 위로 들린 코. 검은 선글라스가 눈을 가렸다. 유아기를 넘어선 얼굴이었지만 아직 어른 여성의 이편으로 넘어왔다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여자가 열여섯에서 서른 사이 어디쯤이리라고 짐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열아홉 살 생일이 고작 두 달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나도 홀리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내 주머니에 든 작은 포장은, 빨간 리본이 묶여 침대에 떡 하니 놓여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한층 더 작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새장이었다.
“하지만, 홀리! 이건 너무하잖아요!”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 하지만 자기가 갖고 싶어 했잖아.”
“돈이 얼만데! 자그마치 350달러야!”
홀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화장실에 몇 번만 더 갔다 오면 되는걸. 하지만 내게 약속해요. 살아 있는 건 결코 그 안에 넣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나는 홀리에게 입을 맞추려 했지만, 홀리가 한 손으로 막았다. “나도 줘요.” 홀리는 주머니 속에 불룩한 것을 톡톡 두드렸다.
“약소할까 걱정되네요.” 나는 말했고, 실제로 약소했다. 성 크리스토퍼의 메달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티파니에서 산 것이었다.
“벨 아저씬 야생 동물은 절대 사랑하지 마요.” 홀리가 충고했다. “그게 바로 닥의 실수였죠. 그는 항상 집에 야생 동물들을 안고 들어왔었어. 날개를 다친 매라든가. 한번은 다리가 부러진 다 자란 살쾡이를 데려왔지 뭐예요. 하지만 야생 동물에겐 마음을 주면 안 돼. 마음을 주면 줄수록 걔들은 더 강해지니까. 강해져서 숲 속으로 도망가버려. 아니면 나무 위로 날아가든가. 그다음에는 더 큰 나무로 날아오를 거고. 그다음에는 저 하늘로. 그렇게 끝나는 거예요, 아저씨. 야생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 나중에는 결국 하늘만 바라보며 끝.”
“얘, 취했군.” 조 벨이 내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