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39039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신라면과 퀵클리쌩
바람의 아이들
괴물들
웜홀
비밀스러운 빛
아버지의 서랍
나는 왜 여기에 있지?
두 번째 서랍
바람보다 빠르게 엑셀을 당기고
선택
상하를 찾아서
순도 99퍼센트의 금
특별판에 부쳐
작가의 말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태봉은 엄마가 남기고 간 쪽지가 떠올랐다. 엄마는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터무니없이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도망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한 가장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워서 피해버린 것이다. 태봉도 아버지가 사라져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봉이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지 아버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부정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존재는 거대해지게 마련이다. 그 거대함에 압사당하기 전에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한 뒤 도망치며 늘어놓는 변명은, '상대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곱씹을수록 웜홀을 통과했던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새록새록 다가왔다. 웜홀에서 보았던 선택의 순간은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잘 들여다보는 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삼촌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거나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감당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특히 '나'의 책임이 가장 큰 거라고 했다. 누가 되었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