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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54601290
· 쪽수 : 21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까이서 보니 반딧불이는 몇 굽이의 파도처럼 완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떨리듯이 빛을 발하는가 싶더니 탈진한 듯이 수그러든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점멸의 반복이 몇만 몇십만 마리나 모여서, 지금 애절하고 적막한 한 덩어리의 생명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 '반딧불 강' 중에서
그때 강 하류 쪽에서 도요타 형제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것이 보였다. 노부오는 새끼를 몸으로 가렸지만 형제는 잽싸게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새끼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예전에 기르던 비둘기가 도망쳐서 여기에 둥지를 틀었는데 그 비둘기가 낳은 거니까 새끼는 자신들의 소유라는 것이었다. 기이치는 새끼를 가슴에 안고 도망치려 했지만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형제는 기이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너네 엄마는 창녀지? 너 같은 녀석이 우리 동네에 있다는 게 기분 나빠서 참을 수가 없어."
... 노부오는 울었다. 피투성이가 된 기이치의 얼굴에 가만히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하염없이 울었다.
"울지 마, 응? 노부오. 울지 마. 다음에 내가 복수할 테니까 이제 울지 마."
얻어맞고 발로 차인 것은 기이치였다. 그렇기에 노부오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몰랐다. 기이치가 놀림받고 무시당했기 때문에 슬픈 것도 아니었고, 기이치가 비둘기 새끼를 죽여서 슬픈 것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그러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를 깊은 슬픔이 노부오의 몸 속을 관통한 것이었다.
노부오는 비둘기 새끼의 시체를 호주머니에 넣고, 기이치의 찌르는 듯한 시선을 느끼며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 '흙탕물 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