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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02334
· 쪽수 : 135쪽
책 소개
목차
1부
스테이플러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산동네의 밤
장안상가
버려진 인형
스트로
검은 비닐 가방
환절기
리트머스
한밤의 제우스
술잔의 지문
울음 바늘
담배연기
닻
구두로 말하길
2부
홀씨의 나날
수배전단
마지막 도피
후회의 방식
지하에서의 실종
흔적
농협 창고
아파트나무
공터공화국
창고 속 우주
시간의 이면 1
시간의 이면 2
동물원
로그인
봄
3부
담장과 나무의 관계
쓸쓸한 연애
탈수 오 분간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비에게 쓰다
장마 이전
루빅스 큐브
주유소
겨울 갈대
꽃이 피다
접속
밤기차
외출
플라타너스 아래
기별
4부
단추
꽃 피는 시절ㅡ커뮤니티
사월 초파일, 전봇대
그리운 목련
한강에서 고래를 보다
언제나 영화처럼
추억에 들르다
청춘은 간다
밤의 러닝머신
무위기
그릇 하나
경운기를 따라가다
별의 기억
빈집
FM 99.9
해설 - 현실의 균열들 속에 존재/부재하기 l 김수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환절기
나는 철조망 쳐진 공터 핏발 선 눈 속의 나무, 잔득 곤두세운 비를 양철 처마 아래 옹이에 대고 듣는다 청진기처럼 사방으로 뻗어간 전깃줄로 집들이 박동치고 명치 끝 켜지지 않는 불빛이 만져진다
개 짖는 소리에 놀란 기척이 골목을 돌아 어둠을 덥석 문다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기침, 훅 꺼질 듯 형광등이 깜빡거린다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가 겨우 돌아누우면 밤새 가로등은 온도계처럼 점점 붉어진다
엑스레이 필름 속 뒤엉킨 뿌리가 들썩인다 며칠째 나는 소름을 달고 불면 속에 있었는데, 비의 뼈들이 투과되는 창문에는 어김없이 번개가 내리친다 처방전에 휘갈긴 암호처럼 수상한 이름으로 해독되는 나무들, 빗물이 스미는 땅 속에 구근처럼 알약이 부푼다
공터 옆에는 종일 쿵쾅거리는 공장이 있다 포신 같은 굴뚝이 뜨거운 연기를 내뿜자 금 간 벽 틈의 이끼는 좀더 들러붙는다 이리저리 신경처럼 뻗어나간 철조망이 공터를 움켜쥔다 뾰족뾰족한 통증 너머 안개의 분말이 열두 시간째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