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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03881
· 쪽수 : 399쪽
책 소개
목차
신입 Rookie
마담 Madame
매달린 사람 Hanged Man
과학자 Expert
악 Evil
연인 Lovers
인과응보 Poetic Justice
재난 Disaster
운명의 룰렛 Roullette of Fortune
죽음 Death
해설 - 이것이 인간인가 / 허병식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감았지만 일단 확대된 동공은 줄어들 줄을 몰랐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피가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리를 꼬집어 봤지만 아무 느낌이 없었다. 왼쪽 손등의 상처는 화상으로 생긴 물집처럼 커다랗게 부풀어 있었다. 꿈이 아니었다.
겨우 몸을 추슬러 일어난다고 해도 현관을 나서기도 전에 붙잡힐 것이 뻔했다. 그것의 눈빛에는 오로지 굶주림뿐이었다. 연민도 후회도 없이 먹이를 물어뜯고 허기를 채우는 본능밖에 없었다. 오로지 피냄새만이 그것을 유혹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어, 강철도 소화시키는 거대한 백상아리였다.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었다. 다락은 어두웠고 옷장 안은 더욱 어두웠다. 눈썹 아래 뚫린 두 개의 구멍, 그 안에 색칠한 실리콘 덩어리가 아닌 다른 무엇이 들어가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귓가에 선했다. 나직하고 느리게, 단어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발음했다. 혜정과 하루를 함께 보낸 뒤이니 그녀 목소리가 이명처럼 남아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봤지만 심장은 여전히 갈비뼈 안쪽을 쿵쿵 두들기며 어서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쳤다.
"나를 매달아줘."
그것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 본문 7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