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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04666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다람쥐
동전
피리새
제2부
촛불
거울
화로
화병
깃털
반지
편지
우물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거기 구석에서 손을 흔들고 계신 신사 분, 그거 경매입니까, 아닌가요? 그렇다면 손을 좀 내려주시죠!"
수화기를 들면서 나는 고물상에게 다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는 아무 필요도 없는 아블린의 판화 '영국의 제임스 2세의 초상'을 낙찰받을 뻔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서 있었다. 그는 돈을 쓰러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에 넣게 될 재물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와 있는 것이니까.
지금 내 눈앞에 모여 있는 이 사람들은 살아 있음에 행복을 느껴야 할 터였다. 그들은 욕망과 증오, 불편함 또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몸을 떨고 있었다. 마틸드와 아스트뤼크 그리고 나를 짓누르는 비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나는 그들에게 소리쳐 알리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억누른 채 태연히 게임을 계속해야 했다. 그러나 어차피 곧 알려질 사실이었다.
... 펠릭스는 피렌체 출신의 판화가 델라 벨라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50번 번호가 붙은 멋진 <이집트로의 도피>는 한 부인에게 낙찰되었다. 51번 경매물은 <전쟁터의 죽음>이었다. 멀리서 군인들이 서로 죽이고 있는 동안, 화려하게 치장된 해골이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판화였다. 기운이 팔팔한 죽음이 결국은 이기는 법이다. 죽음은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그 입김이 내 목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썩어가는 육체로 죽음이 감싸안은 것은 샤를 테송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려야 했다. 죽음이 나에게 접근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됐다.
나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 전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치열한 접전 속으로 뛰어드는 것. 그러나 승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 본문 87~8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