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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문화예술사
· ISBN : 9788954605922
· 쪽수 : 383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_ 4
이야기 하나_ 사림의 훈구파 사냥: <설공찬전> 필화 사건_ 13
이야기 둘_ 조선은 왜 책을 팔지 못하게 막았는가: 조선중기 서사 설치 논란과 어득강_ 37
조선의 책 이야기: “맞난 음식과 낮잠만으로 세월 보내기는 괴로운 일”: 세책점의 등장과 대중 독서시대의 개막_ 62
이야기 셋_ 실패한 저격수들, 논쟁의 불씨 키우다: <곤지기> <이단변정> <학부통변>_ 73
조선의 책 이야기: 조선시대의 추천 도서 목록은 어땠을까- 홍석주와 이율곡의 권서 논리 비교_ 90
이야기 넷_ 유학자들은 왜 ‘귀신’을 연구했나: 성리학의 귀신 논의를 해체시킨 정약용의 <중용강의>_ 99
이야기 다섯_ 사무라이에 대한 공포가 탄생시킨 병법서들: <연병지남>에서 <무예제보>까지_ 119
조선의 책 이야기: 허균의 애장서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삼치설의 유행과 조선의 책 인심_ 142
이야기 여섯_ 한 영명한 왕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책: 위험한 변화를 기록한 <심양장계>_ 155
이야기 일곱_ 동방의 보물 같은 책은 왜 백성을 구하지 못했는가: <동의보감>에서 <마과회통>까지_ 197
조선의 책 이야기: 독서당 선비 신종호를 기생으로 꾀어내다: 사가독서제가 탄생시킨 독서의 괴물들_ 216
이야기 여덟_ 양반 이상주의자들을 향한 일침: 서계 박세당의 <사변록>과 <색경>_ 227
이야기 아홉_ 유교사회의 희생양, 불살라진 소설들: 조선의 여인들, 비밀결사처럼 숨죽이고 소설을 읽다_ 243
조선의 책 이야기: 명나라에는 없어도 조선에는 있다-소설과 희귀서에 매료된 관료들_ 258
이야기 열_ 조정에 피바람을 일으킨 영조대왕의 분노: 책쾌들의 씨를 말린 <명기집략> 사건_ 273
조선의 책 이야기: 강을 건너면 이리로 변하는 사람들: 명청대 도서의 수입과 역관_ 292
이야기 열하나_ 조선의 가장 똑똑했던 왕이 가장 싫어했던 책: <원중랑집> 등 노론청류의 양명좌파 수입과 그 좌절_ 303
이야기 열둘_ 18세기 백과사전의 시대가 열리다: 박학다식한 선비들의 총서 열풍_ 319
조선의 책 이야기: 아버지 무덤에 천여 권의 책을 순장하다: 책에 미친 사람들_ 338
이야기 열셋_ 조선의 종말, 그 시초를 알린 책: <조선책략>을 둘러싼 모험_ 349
주註 36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대 최고의 리얼리스트인 다산은 성선설과 성악설을 모두 수용해 인간은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본능과 함께 아무 곳에서나 누워서 자고 마음먹은 대로 하고 싶어하는 생리적인 특성을 함께 가지고 태어났다고 여겼다. 바르게 살려면 이 생리 특성을 절제하고 도덕적 성향을 잘 계발해야 하는데 법과 윤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다산의 생각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나쁜 생각과 행동들이 문제였다. 그리하여 다산은 항상 인간의 옆에 붙어서 '도덕의 감시자' 역할을 해줄 무언가를 찾게 되었고, 그 존재를 바로 귀신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이 바로 다산의 유명한 '상제上帝' 이론이다. 인간 도덕의 근원은 원래 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제가 끊임없이 감시하고 다그침으로써 유지될 수 있다는 독특한 수양론인 것이다.
다산은 "마치 무덤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도깨비가 있음을 두려워하듯, 방 안에 서책을 펴고 앉은 선비도 그를 지켜보는 초월적인 상제를 느끼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초현실적인 존재, 즉 귀신과 같은 존재를 도덕의 감시자로 상정할 경우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덕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바로 정약용의 귀신론에 깔린 의도인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성리학자들과 그들을 비판한 정약용의 귀신론을 두고 어느 것이 맞다 그르다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본체와 현상의 관계를 규명하려던 성리학자들의 논변이 갈수록 추상화되고 모호해진 것과는 달리, 정약용의 논의는 비교적 뚜렷한 현실적인 목적하에 귀신에 대한 이론을 펼쳤기 때문에 알아듣기도 쉬울뿐더러 호감을 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단지 정약용의 투철한 현실 논리 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정약용이 귀신의 문제를 리와 기로 앞뒤가 꽉 막힌 철학 체계에서 끄집어내고 종교적인 영역으로 옮겨서 논의했기 때문일 것이다. (112~113쪽, '유학자들은 왜 '귀신'을 연구했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