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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06776
· 쪽수 : 304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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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사실 용택이 형은 흉볼 게 많아서 그걸 다 쓰면 장편소설 한 권 분량쯤은 될 것이다. 말이 많고, 웃음이 헤프고, 잘 삐치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키는 작고, 배는 나왔고, 이마는 벗어졌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밥은 많이 먹고, 술은 잘 못하고…… - 안도현, '흉볼 게 많은 이야기꾼' 중에서
그가 선생으로서의 한평생을 기쁘게 마무리하는 마당에, ‘어른아이’라는 책이름 참 잘 지었다. 아무도 그러지 않을 테지만, 행여 그를 두고, 아이들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교육운동가라거나 뛰어난 교육철학을 지닌 사도의 표상 같은 이름으로 붙들어 매려 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다. 제아무리 거창한 이름으로 그를 꾸미려 한다 해도 ‘아이들과 한세상 잘 논 섬진강변의 어른아이 같은 시인’ 그 이상의 찬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참 잘 놀았으며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논 사람인 것이다. 놀되, 아무 형식도 격식도 없이 그 아이들의 속에 들어가서 같은 숨소리, 같은 웃음, 같은 미소를 나누며 논 것이다. - 곽병창, '꽃그늘, 야구 심판' 중에서
지난 8월 29일, 덕치초등학교 김용택 선생이 2학년 아이들 열두 명을 상대로 마지막 수업을 했다. 선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아’가 훌쩍거렸다.
“아니다. 너그들이 혹시라도 울깜니 그냥 거짓말로 혀본 소리여.
……내가 오늘 진짜로 당부허고 싶은 건, 언지든지 너그들이 사람을 사랑허고 자연을 애끼라는 거셔. 사람들을 욕허고 비난허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에 하나다. 옆집 개똥이가 머, 뒤아지같이 밥을 많이 먹는다고 쑤군거리고 손꾸락질을 허는 건 절대로 사람을 사랑허지 않는 짓이지. 앙 그려……? 긍게 개똥이가 밥을 많이 먹는다먼 뒤아지 같다고 욕을 헐 게 아니라 말여. 개똥이는 밥을 잘 먹어서 힘도 셀 것이라고, 아매 틀림없이 낭중에 커서 ‘장미란’이맹키로 올림픽에서 역도 금메달을 따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믿는 거, 그런 것이 바로 사람 사랑이여.
……요상시럽게도 말여. 인자 떠날랑게로 너그들헌티 내가 잘못을 너무 많이 헌 것 같어진다. 미안혀, 증말로 미안혀잉? 미안헝게로, 내가 앞으로는 느덜헌티다가 더 잘 대헐 참이여. 저거 봐라이? 우리 집사람이 울고 있다야. 저러다가 내가 더 야그허먼 우리 집사람 꺼이꺼이 통곡허긋다.”
선생은 그렇게 38년 이어왔던 수업을 끝냈다.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친 게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 배우고 간다고, 선생은 그 말을 미처 하지 못했다. 이제 교정 밖으로 나가면, 다시 강물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거기에 언제나 아이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제 다시 먼 먼 에움길을 돌아서 모든 일들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구나 하고 선생은 문득 깨달았다. 그가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 이병천, '김용택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