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10872
· 쪽수 : 327쪽
책 소개
목차
1 화이트 레이크라는 이름의 수렁
2 타이크버그가의 저주
3 나의 ‘반대쪽’ 삶
4 미친 듯 웃으며 더 깊은 수렁 속으로
5 스톤월, 해방의 시작
6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엘 모나코에 착륙하다
7 세상이 다시 만들어지다
8 첫번째 파도
9 화이트 레이크 저항군들
10 모두가 자기 몫을 원한다
11 어려운 고비는 지나고
12 우드스탁 접수하기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몇 년간 우리에겐 세탁기가 없었던 관계로, 우리 모텔 기술자이자 만능 수리공인 아버지는 침대시트를 지하실로 가져가 높이 쌓은 다음 세제를 붓고 호스로 물을 뿌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쩔 땐 세제 단계를 가뿐히 생략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 모텔 뒤편의 축축한 곳에 널어 말렸는데, 거긴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나름 ‘신선한 소나무 향’을 입힌다는 구실에서였다.
당신의 돈은 이미 사라졌다고, 나는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가 현금을 우리 엄마한테 건네는 바로 그 순간, 그것은 일종의 4차원 시공연속체 속 미세한 우주의 틈, 즉 블랙홀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거라고. 그리고 이 경우 그 블랙홀은 우리 엄마의 브래지어 속에 위치해 있다고. 거기서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신만이 아실 일이지만, 거기까진 차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가, 그러니까 체벌이 끝나고 맞은 자리가 아직 얼얼할 때 엄마가 스튜를 갖다주는 이 친밀한 순간이 어머니의 사랑이란 것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경험이었다. 허나 엄마는 결과적으로 내 죄책감만 더해줄 뿐이었다. (중략) 아버지는 내게 매를 들었고―다름아닌 엄마의 요청으로―그런데 그 일로 지금 엄마는 나와 한편이 되었고 아버지는 외부인, 즉 적이 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우리 둘만의 이 친밀한 순간에서 배제되었다. 나 역시 저 깊은 곳에서는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희미한 죄책감이 들었다. 젠장, 그래봤자 나는 사랑과 음식에 목마른 꼬마였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