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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14825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해설 | 뫼르소, 이인으로 남은 이인
알베르 카뮈 연보
리뷰
책속에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 삼가 조의.” 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마도 어제였을 것이다. (……) 난 사장한테 이틀간의 휴가를 신청했고, 사장은 그런 사유로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 내킨 표정은 아니었다. 난 사장에게 “제 잘못이 아닌데요”라고까지 했다. 사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내가 사과해야 할 건 없었다.
저녁때, 마리가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는 내겐 이나저나 마찬가지라고 했고, 그녀가 원하면 우린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마리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난 전에도 이미 한 번 말했듯이,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아마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마리는 “그러면 왜 나와 결혼하는데?”라고 했다. 난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면 우리는 결혼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기야 결혼을 원하는 건 그녀였고, 난 그저 좋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태양의 열기가 온통 나를 짓누르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의 거대한 숨결이 얼굴에서 느껴질 때마다, 난 바지 주머니 속의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태양을 이기고자, 그리고 태양이 내게 쏟아붓는 아른한 취기를 물리치고자,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모래나 유리 조각이나 새하얘진 조개껍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의 칼날이 나를 찔러댈 때마다, 난 이를 악물었다. 난 오랫동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