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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학이론
· ISBN : 9788954615464
· 쪽수 : 476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차이와 사이를 횡단하고 접목하고 또 만들고
1부 젠더ㆍ섹슈얼리티ㆍ육체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테레사 드 로레티스, 이브 세지윅, 주디스 버틀러를 중심으로 _윤조원
남성, 남성성, 페미니스트 이론 _이명호
현대 여성의 새로운 히스테리, 거식증: 여성의 몸과 욕망 _박주영
자아로부터의 비상, 에로스 _최성희
노년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타자, 노년 여성, 페미니즘 _연점숙
‘꽃미남’과 ‘식스팩’: 대중문화 속 오늘의 남성성 _윤조원
2부 지구화ㆍ(탈)민족ㆍ여성의 삶
민족경계 안팎의 여성과 남성: 민족주의와 젠더 _박미선
베일 속에는 이슬람도, 여성도 없다 _오은경
이주여성 노동자의 주변화와 행위주체성 _이선주
‘아시아 여성주의 문화연구’를 구축하기: 비교문화적 사유와 상상력 _태혜숙
번역, 이산 여성 주체의 이언어적 받아쓰기: 테레사 학경 차의 『딕테』 _이명호
3부 신화ㆍ종교ㆍ윤리
레비나스, 타자 윤리학, 페미니즘 _이희원
여신 신화와 새로운 상징질서 찾기 _박정오
모성 서사와 그 불만: 『엄마를 부탁해』와 <마더>에 나타난 모성 이데올로기 비판의 문화지형 _조선정
배려의 윤리와 정의의 윤리: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_김종갑
4부 자연ㆍ과학기술ㆍ여성
생태 파괴 시대의 페미니즘 _박혜영
과학기술 시대의 페미니즘과 사이보그론 _장정희
페미니스트 신재생산기술 담론의 정치성 _정문영
리뷰
책속에서
퀴어 이론의 젠더 정체성 해체는 답보상태에 이른 페미니즘의 한계를 혁파하는 돌파구를 제시한다. 퀴어는 정체성 정치학의 한계를 뚫는 수행과 실천의 방법론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임무를 다한 페미니즘이 발전적 해체를 한 후 나타난 ‘탈’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질문을 그치지 말아야 한다. 성차에 의존하는,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이분법적일 수밖에 없는 젠더로서의 여성성 개념이나 편협한 정체성의 함정을 넘어서되,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인정하면서‘여성’그리고 소수자들을 버리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주체의 “대안적·차별적 개념들을 발전시킬 기회를 폐기”하지 않으면서 주체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퀴어 페미니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조원,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중에서
균열의 틈 사이로 보이는 미지의 공간에 존재할지 모르는 상처와 파멸의 가능성에 자신을 던진다는 점에서 에로스는 자기애와 구별된다. 바타유는 에로티시즘의 핵심이 삶과 현실의 질서에 대한 ‘위반’과 ‘경계 넘기’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로고스의 질서는 에로티시즘의 반대가 아니라 공존해야 할 짝패이다. 질서에 의해 파생되는 금기가 주는 두려움과 고뇌가 위반을 ‘완성’함으로써 에로티시즘을 통한 초월과 비상의 체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후기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도하는 피상적인 자유와 해방의 물결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에로티시즘은 사라지고 생식과 성욕의 메커니즘이 문화 전반을 주도하려 하고 있다. 거리에서,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에서, 인터넷에서 현실과 판타지가 서로 경쟁하듯 옷 벗기에 열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아무런 충격도, 해방도, 에로티시즘도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성도, 금기도, 고뇌도, 죄악도 없는 음란에는 진정한 의미의 위반도, 에로티시즘도, 환희도, 승화도 없기 때문이다. ‘과잉’ 또는 ‘가짜’ 해방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로티시즘에 대항하는 페미니즘도, 에로티시즘에 봉사하는 페미니즘도 아닌 그 안에서 권력을 문제화하고 쾌락의 질을 고민하는 윤리적 성찰이다.
- 최성희, 「자아로부터의 비상, 에로스」 중에서
『딕테』는 말하는 것과 의미하는 것이 일치할 수 없는 이민의 나라에서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모어mother tongue의 박탈과 낯선 언어의 습득은 “멀리서” 장소를 옮겨온 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의 삶의 조건이다. 그녀가 ‘말하는 여자diseuse’로 입을 열기 시작할 때 그것은 다언어, 다문화, 다장소를 횡단하는 ‘복수複數의 혀’로 말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딕테』는 시간에 “서약된” 말들의 “자취” “ 잔해” “폐허”의 기록이다. 파편과 파편이, 잔해와 잔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어지는 글쓰기 형식은 가부장적 식민주의라는 남성의 역사에서 삐져나온 잉여적 존재들을 불러내 이들의 계보를 기술하려는 작가의 창작 충동과 공명한다. 『딕테』는 “멀리서 온 한 여자”에서 시작하여 먼 곳으로 사라져간 여성들의 이미지로 끝난다. 역사에서 누락된 이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 말과 이미지의 수집이 작품『딕테』를 구성한다. 우리는 문자매체와 시각매체가 뒤섞여 있는 이 실험적 텍스트에서 먼 곳에서 먼 곳으로 이동해갔던 여자들이 복수의 혀로 써낸 이야기를, 이들이 받아쓰기라는 번역행위를 통해 창조해낸 새로운 혼종적 주체화의 공간을 읽는다.
- 이명호, 「번역, 이산 여성 주체의 이언어적 받아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