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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민속/한국전통문화
· ISBN : 9788954615785
· 쪽수 : 185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_ 소리꾼과 광대
누가 광대인가│광대의 자격
2_ 사설, 다양성의 아름다움
3_ 득음, 소리를 얻는 세 가지 비밀
목을 흉터투성이로 만들다│음의 높이, ‘청’│소리의 맛, ‘성음’
4_ 독공, 소리꾼의 전지훈련
소리를 위해 피를 토하다│독공의 장소│득음의 순간
5_ 춤 같고 연기 같은 발림과 너름새
발림과 너름새│연기와 너름새
6_ 좋은 목, 나쁜 목, 판소리의 역설
이화중선: 구름에 달이 떠 있듯 연하고 고운 목소리│김소희: 하늘이 준 목│임방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소리│정정렬: 떡목으로 판을 막다│김연수: 이면을 그린 소리│판소리의 역설
7_ 명창 이야기
인물 잘났던 장재백│근대 문물이 만들어낸 명창, 임방울│마지막 대가 박동진│최초의 여자 소리꾼 진채선│서슬의 소리꾼 박초월
맺음말
[부록] 우리 명창 사전
[키워드 속 키워드]
1 명창의 핏줄, 가문 대대로 이어지다│2 다양한 목│3 연수전중용하기│4 남원 판소리를 이은 장재백의 가문│5 판소리의 최고 히트곡 <쑥대머리>는 누가 만들었나?│6 근대 5명창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득음이란 ‘소리를 얻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본래 소리꾼이 가지지 못한 ‘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꾼은 오랜 시간 동안 늘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아예 오랜 시간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괜찮도록 성대를 단련해야 한다. 이때 소리꾼이 하는 훈련이 바로 성대를 단련해서 항상 목이 쉰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판소리가 기본적으로 거칠고 탁한 소리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판소리의 성음은 ‘곰삭은 소리’, 곧 ‘충분히 삭은 소리’여야 한다고 한다. 소리를 수련한다는 것은 생목에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거칠고 얕았던 소리는 부드럽고 깊은 맛을 지니게 된다. 음식이 발효를 통해 맛과 향기를 갖게 되듯이 목소리도 수련을 통해 온갖 맛과 향기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판소리의 맛과 향기를 대표하는 것은 ‘슬픔’이다. 그러나 충분히 삭은 슬픔은 인간을 깜깜한 절망으로 이끌어가는 슬픔이 아니다. 슬픔이면서도 그런 슬픔을 준 대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다 가신, 그래서 그러한 상대마저도 이제는 용서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함께 껴안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 깃든 슬픔이다.
목이 나쁘면 기교나 공력으로 소리를 한다. 판소리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그런 소리를 좋아한다. 목이 좋은 사람은 목소리에 의지해 소리를 한다. 목소리가 너무 좋기 때문에 다른 것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임방울 같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소리를 해도 좋았다고 한다. 그냥 소리를 내면 내는 대로 다 좋았다. 그러니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목이 나쁘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목소리 외의 다른 방법을 탐구할 수밖에 없다. 정정렬이나 김연수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판소리를 개척했다. 그리고 소리를 갈고닦아 좋은 목소리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을 담았다. 그들은 이른바 공력을 닦은 것이다. 목이 나빴던 정응민의 소리가 현대 판소리의 중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응민이 소리를 갈고닦아 거기에 오색찬란한 광채를 담았기 때문이다. 타고난 목을 지녔던 사람의 소리는 생명이 짧고, 목이 나빴던 사람의 소리는 오히려 생명이 길다는 이 역설은 판소리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판소리는 오히려 역경 속에서 빛을 더해가는 예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