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도가철학/노장철학 > 장자철학
· ISBN : 9788954620642
· 쪽수 : 204쪽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장자로 떠나는 여행
서론: 『장자』, 현대성의 ‘거울’ 이미지
제1편 광활한 우주에서 한가로이 노닐다
1. 생명의 본질(1) 2. 하늘은 ‘푸른’ 색인가 3. 시간은 과연 흘러가는가
4. 무위정치의 함의 5. 허유는 왜 천하를 거부했나 6. 쓸모없는 인간이 되라
제2편 만물을 하나로 꿰뚫다
7. 개별과 보편 8. ‘의미’의 ‘의미’에 대하여 9. 낮과 밤의 공존
10. 백마비마론을 조롱하다 11. 조삼모사의 본래적 의미
12.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단상 13. 다문화 공생의 철학적 근거
14. 삶과 죽음에 대한 해학적 성찰 15. 꿈속에서 꿈을 논하다
제3편 내 생의 주인을 기르다
16. 난세를 이기는 처세의 도리 17. 내 삶에 공터를 만들어라
18. 숫자의 상징 19. 인간의 운명에 대한 단상
제4편 세상을 살아가는 도리를 논하다
20. 인간의 심층심리에 대한 통찰 21. 마음을 비우면 지혜의 빛이 드리운다
22. 사랑이 만능은 아니다 23. 인간의 가치 기준이 얼마나 허망한가
제5편 덕이 충만한 징표는 무엇인가
24. 느림의 미학 25. 인생이란 26. 사람은 무엇에 감복하나
제6편 누가 참된 스승인가
27. 천인합일의 논리 28. 누가 참사람인가 29. 죽지 않는 도를 논하다
30. 성인이 되는 단계를 밝힘 31. 근원에 대한 단상 32. (반反)문명발달사
33. 인과론은 종교의 본질인가 34. 예의 참된 의미 35. ‘나’는 과연 ‘나’인가
36. 운명 속에서 운명을 넘어서다
제7편 제왕의 자리에 응하다
37. 명왕은 ‘다스림’ 없이 다스리는 자이다 38. 점술의 비밀
39. 참된 교육이란 40. 생명의 본질(2)
맺는 글: 장자와 종교적 순간들
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는 글
장자는 인간의 불행과 고통의 원인이 나와 세계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가령 내가 ‘지금 여기’에서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 같은 생각이 내 불행의 일차적 원인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세계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내 생각이 나를 에워싼 세계이다.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조차도 실제로는 내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11쪽)
내가 볼 때 장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예토穢土[오염된 현상세계]를 파괴하여 정토淨土를 건설하라는 지상명령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이미 장엄한 ‘세계의 장엄함’을 단지 눈을 뜨고 응시하라는 것이다. (11-12쪽)
서론: 『장자』, 현대성의 ‘거울’ 이미지
장자 철학에 대한 연구는 동아시아의 문화적 원류에 대한 심층 문법의 탐구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동서양을 사상적으로 매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식론적 패러다임을 주체적으로 모색해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서구 현대성 담론에 대한 철학적 반反테제로 장자 사상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14쪽)
장자는 현대성의 주체가 전통을 타자화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동일한 인식론적 전유가 발생하고 있음을 해체적이고 해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나’의 관점에서 대상을 타자화하려는 시도는 대상에 의해 ‘내’가 타자화되는 사례와 필연적으로 맞물려 있다.['메추라기는 붕새의 경지를 엿보지 못하나, 붕새 또한 메추라기의 경지를 알지 못한다.'] (14-15쪽)
‘장주호접’ 우화는 「제물론」의 결론인 동시에 장자 사상의 주제가 집약된 지점이기도 하다. 우화의 함의를 살펴보면 ‘장주 꿈에 나타난 나비’와 ‘꿈에서 깨어난 장주’ 사이에는 실제로 아무런 걸림이 없다. 나비와 장주가 그 실상이 비어 있는 이상, 나비가 장주가 되든 장주가 나비가 되든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나비에서 장주로, 장주에서 나비로의 자유로운 물화物化는 서구 근대 철학에 뿌리 깊게 자리한 나와 세계, 주관과 객관, 현실과 꿈 등의 이분법적 사유를 해체한다. (18-19쪽)
『장자』 내편의 철학은 혼돈渾沌의 고사로 끝맺는다. ……혼돈을 생/사, 유/무, 선/악 등의 이분법적 범주로 포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 숙과 홀이 혼돈에게 일곱 개의 구멍을 뚫는 사건은 ‘존재’를 ‘개념’의 틀 속에 밀쳐넣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개념적 인식이 역설적으로 ‘존재’를 억압하고 비트는 상징적 사례가 된다. 나아가 이는 ‘유’의 논리가 ‘무’의 영역을 압도하는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21쪽)
아이러니한 것은 인간이 차이와 구분에 의존해서만 사유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우리가 살아 있음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혼돈’이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만일 숙과 홀이 ‘허구’이고 혼돈이 존재의 온전한 모습이라면, 우리가 살기 위해 ‘혼돈’을 죽이는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가 되지 않겠는가? 『장자』라는 저서가 만일 혼돈의 죽음에 대한 한 편의 장엄한 애가哀歌라면, 저자는 혼돈의 부활을 도모하기 위해 어떠한 논리를 펼치고 있는가? (21쪽)
새로운 존재의 눈은 비교가 사라진 평등의 자리에서 ‘나’와 ‘세계’를 여실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현대성 논리에 빗대어 비로소 혼돈을 ‘개념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며, 따라서 현대의 종언은 혼돈(이라는 개념)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보자면 장자적 관점에서의 탈현대 명제는 한갓된 주의나 주장을 넘어선 존재(생명)의 문제로 직결될 개연성이 크다. ‘혼돈의 부활’이라는 명제가 현대성을 넘어서면서 동시에 서구 포스트모더니즘과 절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2쪽)
제1편. 광활한 우주에서 한가로이 노닐다
「소요유逍遙遊」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절대 자유의 경지를 논한 장이다. 그런데 장자의 관점에서 속박이란 정신적인 것이다. 즉 인간은 모두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있으며, 「소요유」는 이러한 정신적 속박에서 해탈하여 궁극적 자유를 획득하는 경지를 묘사한다. (25쪽)
「소요유」에서는 ‘나’를 넘어선 사람을 지인至人으로, ‘공로’를 넘어선 사람을 신인神人으로, ‘명예’를 넘어선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지칭한다. 이 세 가지 유형은 장자가 추구하는 이상적 인물 군상인데, 지인·신인·성인을 굳이 상호 분리된 별도의 개념으로 상정할 필요는 없다. (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