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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54622134
· 쪽수 : 596쪽
책 소개
목차
원고의 시련에 대하여
1부 말
1장 게르망트 쪽
2장 말들의 고향
3장 얼음 말들
2부 쥐
4장 신이여, 왕의 수염을 깎으소서!
5장 금단의 도시들
6장 야시의 쥐들
7장 폴란드에서 페어플레이를
3부 개
8장 겨울밤
9장 빨간 개들
10장 여름밤
11장 미쳐버린 총소리
4부 새
12장 유리 눈
13장 굴 바구니
14장 달콤한 죽음에 관하여
15장 소로카의 아가씨들
5부 순록
16장 벌거벗은 인간들
17장 장군과 연어
6부 파리
18장 골프클럽
19장 피
작품 해설
크루초 말라파르테 연보
리뷰
책속에서
이 험악하고 묘한 독일어 Kaputt(『망가진 세계』의 원제)만큼 폐허와 같은 지금의 유럽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카푸트는 글자 그대로 하면 “망가진, 결딴난, 완전히 부서진, 폐허가 된”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 지금 유럽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망가진 유럽이 어제의 유럽이나 이삼십 년 전의 유럽보다 좋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모든 것을 달리 어떻게 바꿔볼 수 없는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보다 좋다.
‘원고의 시련에 관하여’
햇빛은 주철 같은 호수 표면을 망치로 두드리듯 내리쪼였다. 물비늘이 금속성으로 떨리면서 호수 가장자리로 번져나갔다. 마치 바이올린 소리가 연주자의 팔을 타고 떨리면서 번져나가는 것 같았다. 길가는 물론이고 옥수수밭 여기저기에도 뒤집힌 차량이며 불에 탄 트럭들, 속이 다 드러난 장갑차, 버려진 대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나같이 폭발로 일그러지고 뒤틀린 상태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사람 시체 하나, 동물 사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수십수백 킬로미터를 둘러봐도 죽은 쇳덩어리뿐이었다. 기계의 시체들, 수없이 많은 처참한 쇳덩어리의 시체들……
2장 ‘말들의 고향’
모슬리 경은 내가 쓴『쿠데타의 기술』영어판(1932)을 가지고 와서 속표지에 저자의 말 같은 것을 써달라고 했다. 화려한 헌사를 기대했을 게 뻔하다. 나는 그를 골리면서 실망을 안겨줄 요량으로 내 책에 나오는 문장 두 개 만을 썼다. “모든 독재자들과 마찬가지로 히틀러는 여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독재란 최고 형태의 질투다.” 문장을 읽는 모슬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럼 카이사르도 선생 견해로는 여자에 불과했나요?” 니컬슨이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내게 눈짓을 했다. “그는 여자보다 더 나빴지요.” 내가 대꾸했다. “ 카이사르는 신사가 아니었으니까요.”
6장 ‘야시의 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