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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4622714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역사는 결코 확실한 법이 없다
1 마귀들림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2 마법의 원圓
3 마귀들림의 담론
4 피고 위르벵 그랑디에
5 루됭의 정치: 로바르드몽
6 예심의 초반부(1633년 12월~1634년 4월)
7 마귀들린 여인들의 연극(1634년 봄)
8 의사들의 시선(1634년 봄)
9 진리의 기형학畸形學
I 철학의 상상력
II 신학이라는 거짓말쟁이
10 마법사에 대한 판결(1634년 7월 8일~8월 18일)
11 처형: 전설과 역사(1634년 8월 18일)
12 죽음 이후 문학이
13 영성의 시간: 쉬랭 신부
14 잔 데장주의 승리
타자의 형상들
사료와 참고문헌|주|미셸 드 세르토 연보
해설|옮긴이의 말|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이상한 것들은 보통 우리 발밑에서 은밀히 돌아다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기만 하면 이들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곳곳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하수구 뚜껑을 들어올리고 지하실에 스며들며 급기야는 시가지를 침범한다. 야음夜陰의 존재가 난폭하게 백주대낮으로 밀려오는 것은 낮의 주민들에게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하의 삶이, 뿌리 뽑을 수 없는 내부 저항이 드러난다. 사회를 위협하는 어떤 힘이 덮칠 기회를 노리며 웅크리고 있다가 사회의 긴장 상황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다. 별안간 이 힘이 긴장을 가중시킨다. 그 힘은 사회의 장치와 통로를 이용하는데, 이때 이 장치와 통로는 어떤 ‘불안’을 위해 사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오는 예기치 못한 불안이다. 그 힘은 울타리를 부수고 사회의 배수로를 범람하고 길을 뚫는다. 나중에 물이 빠지면 그 길 끝에는 다른 풍경, 다른 질서가 나타날 것이다.
악마의 발현이라는 위기 상황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이 위기는 한 문화의 균형이 깨졌음을 폭로하는 한편 그 변화 과정을 가속화하기도 한다. 이것은 단지 역사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한 사회가 기존의 확실성을 잃어가고 새로운 확실성을 만들려 하는 와중에 이 확실성들과 대면하는 과정이다. 모든 안정성은 불안정한 균형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균형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는 모든 노력은 이 균형을 교란한다. 특정한 사회 체제에서 마녀 사건과 마귀들림 사건은 어떤 균열이 갑자기 난폭하고 극적인 형태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귀들림 사건은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확실과 불확실에 대한, 이성에 대한,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권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공개 재판장이 되었으며, 식자들의 저작과 대중 언론은 이러한 논쟁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
건은 프랑스의 호사가들은 물론이요 거의 전 유럽의 관심이 쏠리는 ‘연극의 무대’가 되었으며, 당시의 재판기록에 숱하게 나오는 표현처럼 신사들의 즐거움을 위한 서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