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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25210
· 쪽수 : 184쪽
책 소개
목차
preface 신라, 이 아름다운 발음
prologue 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자연이여 아름다워라─용장사지에서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계림로에서
문화는 섞이면서 진보한다─괘릉에서
헌헌장부는 어디로 갔나─동궁과 월지에서
이 땅이 비어 있지 않다면 야성의 식물인들 몸을 붙이겠는가─황룡사지에서
우리의 뿌리이자 원형의 다른 이름─대릉원에서
폐허의 궁궐터는 산책자를 몽상에 잠기게 한다─월성에서
공유지엔 텃세가 없다─산림환경연구소에서
삶의 진흙에서 피는 연꽃, 그건 바로 예술이지─남산동에서
여기서 죽고 싶다─무열왕릉에서
이런 것이 양반 문화구나, 전통문화구나─교동에서
그릇을 보면서 비우라─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주의 땅속은 비어 있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인왕동에서
반복된다는 느낌…… 전생이었을까─황오동 골목에서
잠시 유목민의 향수에 젖는다─가을의 거리에서
그래서 인간이 복잡하구나─노서동 고분공원에서
작은 것의 아름다움─진평왕릉에서
저 벼들처럼 삶의 뙤약볕을 견뎌야 한다─황금빛 배반들에 서서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다─오릉의 겨울 숲에서
밤의 대기 속을 헤매니 우리는 친구가 아니냐─밤의 고도에서
영혼의 DNA가 동일한─겨울의 거리에서
경주의 역사가 묻어 있는 수원水源─북천에서
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식혜골에서
postscript 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
epilogue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
리뷰
책속에서
이십 년도 전 경주에 처음 왔을 때 대릉원 맞은편 드넓은 유적지에 조산造山인 듯 둔덕인 듯 능이 솟아 있는 풍경은 나를 한눈에 매료시켰다. 산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 고분이 솟아 있다니.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도시. 세월의 더께가 더해져 자연 자체가 된 고분들. 근원으로 돌아가는 인류의 흔적 앞에서 나는 가슴이 흔들렸고, 영감처럼 십 년 뒤 경주로 들어섰다. 흔히 인연을 말하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생각하지만 태어난 고향이나 이사, 이민 등으로 정착한 땅은 유동적인 인간의 만남보다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 땅은 삶의 터전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은 온 지구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나라와 지역에 따라 특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내게는 인도와 그리스, 경주가 그러하다. 가도 가도 끝없이 지평선이 이어지는 인도의 원초적 풍경은 삶의 덧없음과 우주적인 순환을 보여주는 듯하고,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피나 미케네 유적지에 서면 신성한 기운에 압도당하는 듯하다. 아름다운 자연도 자꾸 보면 얼굴만 예쁜 여자같이 싫증나지만, 천년의 고대사와 설화, 불교문화가 배어 있는 경주의 자연은 상상과 환상을 주면서 그 깊이로 늘 새롭게 다가온다.
-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