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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055978
· 쪽수 : 302쪽
책 소개
목차
<1부>
휴가
소환
디코이 저격수
거래
<2부>
전략무기, 악마
만약에
전술무기, if
작은 비행기들
<3부>
후계자의 계보
핵심부품
세상을 기울인 악마
천사의 취향
추錐
<작가의 말>
겨울을 빚어 만든 나라, 체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연방은 종종 죽음을 대량생산한다.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다만 가끔, 아주 소량의 죽음을 주문생산해야 할 때가 있는데, 세상 모든 정부가 그 주문을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분업 없이 수작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일을 해낼 재래식 기술자를 어느 나라나 다 보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연방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다. 분업으로 은폐되지 않은 생생한 죽음을 날것 그대로 다루어야 하는 직업.
내 눈에 비친 은경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경이로움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내 눈에 비친 것들 중 가장 경이로운 존재. 그 전까지 봐오던 세상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뀌는 경계. 그 경계에 서 있는 이정표 같은 사람. 처음부터 아예 몰랐으면 모를까,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도저히 그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새로운 단계.
그러니까 그 마음은 사랑이든 뭐든 다른 이름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걸 원래 의미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은경이. 은경이라는 이름 그 자체. 그뿐이었다.
“너는 네 취향이 네 것 같지? 세상이 네 머릿속에 그런 착각을 집어넣은 줄도 모르고. 아무튼 말이야, 투입되는 데이터만 충분하면, 음악 취향이나 옷 고르는 패턴 같은 건 물론이고, 어떤 현장요원이 누구를 죽일 때 어떤 칼을 어느 각도로 집어넣는 걸 선호하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어. 너도 예외는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행동만 예측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네 내면에 대한 심오한 분석 따위는 아예 시도해볼 필요조차 없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