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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056692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 불안한 시작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 학교에 오는 이유
- 낯선 얼굴, 사라진 흔적
- 아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
- 딜레마의 명제
- 세상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이 훨씬 크다
- 아직은 유효한 약속
리뷰
책속에서
괜찮니? 인재는 하경에게 물어보려다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괜찮을 수 있을까. 괜찮은 아이는 하나도 없다. 저마다 슬프고, 저마다 아프고, 저마다 흔들리면서, 안간힘을 다해 이 시기를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괜찮으냐고 물으면 하경은 괜찮다고 말할 것이다. 아이가 어른에게 사실은 괜찮지 않다고, 모든 게 힘들고 막막하다고 말하는 데에는 얼마나 큰 신뢰가 필요할까.
세찬은 학교에서도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과 자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놓으면, 세찬이 그 선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아이들도 선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그 선을 넘어왔다. 허락하지 않아도 자기들의 마음을 함부로 열어 보였다. 학원은 공부만 하는 곳이지만 학교는 아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곳이었다. 울고, 웃고, 싸우고, 부딪치고, 흔들리고, 아파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곳. 그 분위기에 전염되어 세찬도 아이들에게 한걸음 다가가버린 것인지 몰랐다. 자신과 아이들을 가로막고 있던 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세찬은 두려워졌다. 강사가 아닌 교사라는 단어가 주는 육중한 무게가 버거웠다.
남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의자를 움켜잡았던 감촉이 남아 있었다. 하마터면 던질 뻔했다. 영우가 아니었다면 정호에게 의자를 던지고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예전처럼. 가슴속에 응어리 진 모든 것을 몸으로 풀었던 예전처럼. 그때는 누군가를 때리는 것 말고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스스로를 설명할 유일한 방식마저 잃어버린 뒤 깨달았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한 번도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