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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56057248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그녀의 이야기
part 1 꽃은 바람만으로 피는 것이 아니다
part 2 존재의 이유, 삽시간의 황홀
part 3 시와 대화하는 가족
그의 이야기
part 4 긴긴 기다림 끝에 그녀가 내게로 왔다
part 5 눈꽃 같은 고운 존재여, 이런 세상에서 살기를
리뷰
책속에서
안갯속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고, 홀로 있다고 여겨질 땐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무언가를 잃었을 땐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되고, 그릇이 다 채워졌을 땐 과감히 비워내고 더 큰 그릇을 만들면 된다. 책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통해 예술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위를 기울이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오늘의 모습. 깊게 바라보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황홀의 순간들, 항상 존재하는 아이지만 어느 날 문득 커버린 아이를 보며 느끼는 신비로운 감정까지. 놓치지 말자. 아이들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황홀의 순간들을.
내게도 특별한 시인이 있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은산이, 은설이 아빠다. 그는 세 평 남짓 작은 옥탑 방에서도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하늘을 보며 세상이 온통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작은 들꽃들도 제각기 예쁜 이름이 있다는 걸 알게 했고, 가로등 아래 몰려드는 나방을 보면서도 인생을 논할 수 있게 했다. 시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면 꽃향기가 났고, 그의 시를 가슴에 품었을 땐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들에게도 언제든 비바람은 불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 비바람을 맞은 뒤에라야 삶은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는 것도 함께 일러주련다. 그 외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연애 3년차에 내 병을 알게 된 그녀의 마음에도 그런, 전혀 다른 감정들이 교차했으리라. 사랑으로 얻었던 기쁨과 연인의 희귀한 질병과 연인으로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당위와 당위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사랑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 미로들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번민했을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때마다 마음이 시리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 사랑은 대개 완벽한 모습보다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성공의 결과처럼 완벽한 모습보다 과거의 나를 깨고 나오려는 과정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본연의 모습을 드려내곤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자신의 발견이고, 자신을 깨려는 노력인 것이다. 사랑이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어쩌면 매 순간 과거의 나를 깨고 나오려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드디어 나도 나이 한 살 더 먹는 게 두려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