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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6250649
· 쪽수 : 9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줄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 본문 6쪽에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다른 곳에', 내게 낯선 곳에 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 부족함을 메워주는 타자성(他者性)의 차원으로 나를 이끌어주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을 늘 거부하면서도 결국 내 것이 아닌 정체성들만 하나하나 덧붙이며 살아온 나를 말입니다. - 본문 14쪽에서
의학적 기술과학이 당신의 몸과 당신 사이의 관계를 마음대로 휘두르게 하는 대신, 자기 생명에 대해 스스로 권한을 갖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당신의 병 때문에 우리는 생태주의와 기술비판이라는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되었습니다. - 본문 81쪽에서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 본문 89~9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