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관통하는 열 가지 시선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독일의 동시대 작가 중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하인리히 뵐 (1917~1985)은 평생 독일사회와 반목한 작가다. 그 이유는 전후 독일사회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오로지 경쟁과 이윤을 추구하면서, 그 사회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고 인간성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을 억압하고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하인리히 뵐은 문학작품을 통해 성과지향주의의 폭력적 사회에서 밀려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했으며 인간성이 살아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작가의 사명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작품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구속당하고 탄압받은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서 늘 현장으로 직접 달려갔던 행동하는 지성인이었다. (예컨대 국제펜클럽 회장으로서 솔제니친을 소련정부의 탄압에서 구출해냈고,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김지하 시인을 석방하라는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하인리히 뵐의 작가정신을 기리고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2001년 4월 한국의 독문학자들이 ‘한국하인리히뵐학회’를 창립했다. 그해 ‘우진물산주식회사’의 후원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학술지 <하인리히 뵐>을 창간했다. 올해 제13회 학술대회와 <하인리히 뵐> 13집이 출간 예정에 있으며 2017년 하인리히 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국제심포지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