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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56284477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1.불새
2.35세 되던 해
3.송광사
4.내림 나 소나타
5.시드니 스토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서울을 다녀오겠다는 내 얘기는 어쩌다 튀어나온 말치고는 내 속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나는 서울 생활을 청산해야 한다. 그 다음에, 나는 여기 시골집에서 오래오래 조용히 살 것이다.
"당장 읽을 책이 없어서요. 갔다 일찍 돌아올께요."
"너 혹시 연애하는 거 아니야? 있으면 데리고 와서 인사시켜라."
"예."
시원한 내 대답에 놀라 눈을 활짝 뜨는 엄마 무릎 곁에 걷은 빨래를 던져놓고 나는 모른 척 건넌방으로 들어왔다.
난, 혼자다. 난 이젠 혼자가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항상 누가 있었는데 이제 난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어쩌면 여자란, 속에 누군가를 담지 않고는 못 사는가 보다. 그러나 영희의 남편이 될 그 남자를 내 가슴에 담는 것은 옳고그름 이전에 내 자존심 문제다.
난, 이제부턴 철저히 혼자서만 살아나가야 한다. 그이는 왜 나를 적극적으로 차지하려고 덤비지 않았을까? 아, 그 남자. 내 남자가 될 뻔한 남자. 그러나, 사실은 내 남자였는데.
아니, 난 왜 이럴까? 빨래 걷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그를 내 머리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든가. 잊는 일이 잠시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청산 안된 생각이 머리에 남아있다. 그 생각부터 청산하고 그 후에 다 잊자. 나는 어제의 일을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 어제 나는 그 남자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이지적인 것 같으면서도 형편없는 녀석. 뭐라고 했던가? 영희가 과거가 있는 여자라고 해서 그것이 뭐가 문제야, 라고 되물으면서 내가 큰마음 먹고 알려준 정보를 한낱 고자질쟁이의 투정으로 만들고 말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