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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한국철학 > 한국철학 일반
· ISBN : 9788957336380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해제 천지와 인물에 대한 ‘일탈적’ 우화 11
1부 헛된 공부였음을 인정하다
1. 세상을 등지고 의무여산에 은거할 뜻을 품다 25
2. 지난 공부의 헛됨을 반성하고 가르침을 청하다 33
3. 사람이 사물과 다른 이치에 대해 묻고 논하다 46
2부 우주의 새로운 원리를 살펴보다
4. 기(氣)에서 우주가 생성되다 63
5. 땅은 구형이다 72
6. 지구의 메커니즘 우주의 무상하와 지면 위의 상하의 형세 80
7. 지구의 모두가 정계(正界) 93
8. 지전이 어떻게 가능한가 99
9. 서양의 지동설 부정에 대하여 106
10. 티코 모델에서 무중심의 우주 모델로의 전환 112
11. 고리 모양의 수 많은 은하계를 상상하다 또 다른 세계의 공간 118
12. 소옹의 원회운세설을 부정하다 122
13. 다른 세계를 유력(遊歷)하고픈 허자의 욕망을 질타하다 126
14. 지구는 왜 자전만 하나 무겁고 둔하기 때문이다 137
3부 천체와 기상 현상을 살펴보다
15. 고전적 천문관을 비판하고 분야설을 수정하다 143
16. 달 가운데 명암의 형상을 묻다 152
17. 하늘의 구조와 별들의 운행에 대하여 157
18. 요사한 별과 오행성의 밝기에 대하여 162
19. 일식과 재이론에 대하여 166
20. 기상 현상 1 바람·구름·비·눈·서리·우박·천둥·번개·무지개·무리 171
21. 기상 현상 2 청몽기차에 대하여 181
22. 기상 현상 3 지구설과 햇빛의 경사각에 의한 기후의 차이 186
23. 음양오행설과 인물의 근원으로서 태양 불의 역할 191
4부 땅에 대하여 논하다
24. 북고남저의 지세 203
25. 낮과 밤의 지역 간 장단에 대하여 206
26. 바다와 조석에 대하여 209
27. 지각 변동에 대하여 산 위의 조개껍질과 곤과 우의 치수 사업 216
28. 땅은 활물(活物)이다 221
29. 음택풍수와 적절한 장례법 225
30. 음택풍수와 동기감응에 대하여 235
5부 인류 역사를 새로 쓰다
31. 천지 생성 이후 인류 사회의 탄생 243
32. 중화 문명의 부침의 역사 252
33. 중화와 이적은 같다 267
참고문헌 273
찾아보기 279
책속에서
홍대용의 실제 연행 경험과는 달리 허자는 큰 기대를 걸고 간 북경에서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다. 결국 허자는 속세에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통감하고, 세속을 떠나 은둔하리라 맘먹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 허자가 탄식하며 내던진 말이 흥미롭다. 주공이 쇠하고, 철인이 사라졌으며, 내가 배운 유학이 틀린 것이란 말이냐며 탄식한 것이다. 주공이 쇠했음은 중화의 문명이 이 세상에서 없어졌음이다. 철인이 사라졌음은 공자와 맹자, 주자와 같은 위대한 학자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화의 문명이 사라지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학자가 없어졌으니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들 알아줄 리가 만무할 것이다. 탄식의 화살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으로까지 향한다. 2000년을 이어온 유학 지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30년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남은 생은 어떡할 것인가. 허자가 향한 곳은 ‘의무여산’이다.
허자가 말했다. “옛사람들은 ‘천원지방(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이라 했는데 지금 선생께서 땅의 형체가 둥글다 하니, 왜 그렇습니까?”
실옹이 말했다. 심하도다, 사람을 깨우쳐주기가 어렵구나. 모든 만물이 모양(形)을 둥글게 형성하지 모나게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땅은 어떻겠는가.
달이 해를 가려 일식이 일어나는데, 그 식의 형체가 반드시 둥그니(이로 보아) 달의 형체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땅이 해를 가려 월식이 일어나는데, 그 식의 형체가 또한 둥그니 땅의 형체가 원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월식이라는 것은 땅의 거울이다. 월식을 보고도 땅이 원형임을 모르면 이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지 아니한가?
옛날 증자의 설에 의하면 “천원지방이라면 네 귀퉁이가 서로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근거가 있는 말이다. 무릇 ‘하늘이 둥글고 땅이 모나다’는 것은 (각각) 그 덕을 말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대는 고인이 기록해 전한 말을 믿고 그러는 것이겠지만 현재 눈앞에서 실증한 경우와 어찌 같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