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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82193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첫머리에
시_ 달빛(月光)
제1장 달빛 소나타
제2장 사랑의 인사
작품해설
시(詩) 해설
삽입된 요리 레시피 해설
요리 레시피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 바닷바람은 살을 에듯이 차가웠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두 사람은 가슴이 탁 트인 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먼발치의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끝은 검고 짙푸른 코발트 빛으로 변모하면서 육중하게 넘실거렸다.
“춥죠?”
눈과 살얼음에 뒤엉켜져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을 걸어가면서 피터가 물었다.
“괜찮아요!”
코트 깃을 바싹 세운 현아는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데도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 위에 철길처럼 펼쳐져 있는 비늘 구름이 저물어 가는 석양에 반사되어 넓은 바다 가운데 암적색 물그림자로 비추다가 차차 감청색으로 짙어질 무렵 두 사람은 근처의 온돌방이 있는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용한 가운데 ‘베토벤’의 《달빛 소나타》가 마드린느 공간을 누비며 낮게 드리워졌다. 그러자 피터는 “아!”하고 짧은 탄신을 하더니 마치 음악에 취한 사람처럼 한동안 말없이 유리창 밖에 나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우리 좀 걸을까요?”
피터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마드린느에서 나온 두 사람은 흰 눈이 펑펑 날리는 거리에서 발자국이 푹푹 파이는 길 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한참을 걷던 피터는 무성하게 밀집된 나무들이 하얀 눈에 수북이 쌓여 있는 곳에 잠시 멈추더니 두 팔로 현아의 어깨를 감싸 안고 진하게 키스를 했다. 피터의 입술이 자기 입술에 와 닿는 순간 현아는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전율을 느끼며 감미로운 황홀감에 빠졌다.
일요일에도 현아는 시간에 맞춰 프랭클린 교수 집으로 갔다.
그날도 역시 다섯 명의 부인들이 반갑게 웃으면서 맞아 주었다. 현아는 부인들과 함께 응접실에 앉아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비빔밥의 유래와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의 다양성과 응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잠시 후 그녀는 부인들과 함께 부엌으로 가서 불린 쌀을 전기밥솥에 안쳐 밥을 하고 나물을 준비했다.
먼저 콩나물과 시금치는 알맞게 삶아서 무치고 콩나물 삶은 국물은 간을 맞춰 국을 만들었다. 무는 가늘게 채 썰어 소금물에 약간 절였다가 헹구어 양념에 무치고 오이도 얇게 썰어 소금물에 절였다가 꼭 짜서 양념에 버무리고, 호박은 굵게 채 썰어 다진 마늘과 소금을 약간 넣고 뜨거운 팬에 볶아 통깨를 뿌렸다. 어제 남겨 두었던 불고기를 잘게 썰어 팬에 익히고 고추장에는 참기름과 설탕을 넣고 잘 개어 두었다.
동그란 냉면 그릇에 밥을 푸고 여섯 가지 고명을 색스럽게 돌려 담아 맨 위에 계란프라이를 얹어 부인들에게 보여주자 그녀들은 너무 좋아서 탄성을 질렀다.